ne518
  1. 셀수없는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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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글쓴이
히라이데 다카시 저
박하
평균
별점8.8 (54)
ne518

 고양이는 자기 집이라는 걸 생각할까. 함께 사는 사람을 날마다 보고 자기 영역이라는 게 있으면 그럴 것 같기도 한데. 난 고양이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만화를 보면 새끼 고양이가 함께 사는 사람을 엄마 아빠라고 하는데 진짜 고양이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겠다. 어쩌면 고양이는 사람과 살면 자신을 고양이가 아닌 사람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들은 말이구나. 사람은 동물과 말을 나눌 수 없지만 마음을 알려고 하면 조금은 알 수 있을 거다. 알려고 애써야 하는구나.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자신한테 말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나. 상대가 그런 마음인 걸 알면 놓아주면 좋을 텐데. 사람도 동물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건 소설인지 산문인지. 산문 같은 느낌도 든다. 자식이 없는 부부는 어느 날 옆집 아이가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이는 고양이한테 치비(꼬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나’와 아내는 그 고양이가 옆집에서 가끔 놀러오는 걸 보고 반갑게 여긴다. 방울을 달아서 딸랑이라 하기도 했다. 치비는 ‘나’와 아내 앞에서는 잘 울지 않고 안기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치비는 아내가 만든 잠자리에서 자고 먹을거리도 먹었다. 그런 고양이 손님 조금 반갑겠다. ‘나’와 아내가 사는 셋집 주인은 셋집 사람한테 아이가 없기를 바라고 거기에서 동물을 기를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말이 아니었다 해도 ‘나’와 아내는 동물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옆집에서 놀러오는 치비를 좋아했다. 자꾸 만나다 보니 정이 들었겠지.

 

 치비는 무슨 마음으로 부부 집에 다녔을까. 그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아침이 오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가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 치비 재미있다. 진짜 집은 아이가 있는 곳이고 옆집은 다른 걸 먹고 다르게 잘 수 있는 곳이라 여겼을지도. 길고양이는 이 집 저 집 다니기도 하던데, 집고양이도 그럴까. 동물도 누가 자신을 좋아하면 그걸 알겠지. 함께 사는 사람한테 보여주는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집에서랑 밖에서 조금 다른 것과 같구나.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 듯하다. 어쩌다 보니 그러는 거겠지. 아내가 치비와 절교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아내가 치비한테 갯가재 살을 발라서 주었더니 그걸 아주 맛있게 먹었다. 치비는 아내가 갯가재 살을 바르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아내 손을 물었다. 그것 때문에 아내는 치비한테 절교야 한다. 치비가 그 말 알아들었을까. 아내가 그런 말 했지만 그 뒤에도 치비와 잘 지냈다.

 

 주인 집 할아버지가 죽고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서 곧 집을 떠나야 했다. ‘나’와 아내는 치비가 또 놀러올 수 있게 가까운 곳에 방을 구하려 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치비가 죽었다. 차에 치여 죽었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나’와 아내가 치비 무덤에 인사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집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자기네 집 고양이를 옆집 사람이 좋아한 게 싫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옆집에서 다른 고양이를 기르게 되는데, 그때는 옆집으로 가는 곳을 철망으로 막았다. 자기 집 고양이가 옆집에 간 거 싫었던 거 맞는가 보다. 어쩐지 그런 마음 아쉽다. 옆집 사람이 자기 집 고양이를 예뻐했다면 그걸 기쁘게 여길 수도 있을 텐데. ‘나’와 아내는 오랫동안 치비를 생각한다. 자기 집 고양이도 아니었는데 그러다니. ‘나’와 아내는 치비를 자식처럼 여긴 거기도 할까. 그럴 수도 있겠지.

 



 ‘나’와 아내는 나중에 다른 고양이와 살게 된다. 그건 치비가 찾아와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고양이는 오래 함께 살았다 한다. 어쩐지 지금은 저세상에 갔을 듯하다. 그때는 치비가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보다 더 슬펐겠지. 아니 슬픔은 비슷했을까. 늘 그런 건 아니겠지만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난다. 그걸 생각하면 슬프지만, 함께 살 때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게 더 많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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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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