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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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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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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 (20)
quartz2

의욕이 없는 건 기본이요, 무슨 일이 주어져도 나 때문에 망하고야 말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여러 날 지속될 때도 잦다. 혹시 번아웃(burnout) 상태가 아닐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지만 잠시 일을 손에서 놓으면 다음날이 힘들어진다. 내 자신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들들 볶는 일이 매번 반복된다. 나는 일하는데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그들의 사정을 모르므로 한가롭다고 말해서는 실례일 수도 있지만, 그들로부터 난 여유를 느낀다. 꼭 일을 관둬야 가능한 건 아닐 텐데,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는 게 낫지 않을까. 용기가 안 생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으리란 게 눈에 선하다. 다른 이의 용기를 부러워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저자는 일 년 동안 직장을 쉬었다. 휴직을 택한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아이를 낳았다거나 몸이 아프다. 이도저도 아닌데 휴직 선언을 했다가는 왠지 돌아왔을 때 책상이 사라질 것만 같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 내가 관두면 바로 내 자리를 노리고 들어올 사람이 차고도 넘쳤다. 저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금수저도 아니고, 일을 안 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져들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놓고 망설였다.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휴직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계속 이렇게 사는 게 옳지는 않은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처음에 생각한대로 휴직을 강행했다. 내 인생이다. 그럼에도 내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 스스로 내려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부모의 눈치를 살폈다고 말했을 때 지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아프면 병원비 네가 대줘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지금을 버틴다. 대학에만 가면 모든 걸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대학은 우리가 원하는 대학이어야 한다는 거역하지 않고자 안간힘을 썼고, 직업은 꼭 이걸 가져야 한다는 조언 혹은 닦달에 충실히 응답했다. 나는 과연 나로서 살고 있는가. 저자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매순간 주변으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 노력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의 나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다. 때때로 실수했으며, 주변 사람들의 타박도 종종 들었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건 마냥 긍정할 수 없었던 미래였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듯, 저자는 조직이 지닌 경직성을 싫어했다. 직급이 낮아서, 나이가 젊어서 자신의 의사조차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보다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 인정받는 등의 모습을 접할 때마다 회의감이 일었다.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를 외쳤지만, 한 편으론 옳은 말만 쏘아대다 조직에서 사장되진 않을지 불안을 느꼈다. 나는 남의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다. 삶에서 일을 제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듯한 허한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벗어나고픈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알차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휴직한 사람에게도 따라다녔다. 특정 시각이 되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며 일정표에 어떠한 공란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모습이 문제처럼 느껴졌다. 쉬고 싶으면 쉬면 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안 하면 그만인데 그게 힘들었다. 산티아고를 걸으면서도 이런 자신을 버릴 수가 없었다. 속도 내어 걷고 있는 모습이라니, 둘레길을 걸으면서 멈추어서는데 인색했던 내 모습이 순간 겹쳐졌다.

책을 통해 독특한 과정을 접했다. 자발적으로 모든 문명을 내려놓는다. 휴대폰도, 심지어 일기장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독방에 가둔다. 주변에 사람이 있을지라도 서로 대화를 않는다. 그곳에는 타인이 없었다. 사람들은 제 자신에게만 집중할 것을 요구 받았다. 시간은 더디 흘렀다. 온몸이 뒤틀리는 걸 막아보고자 속으로 유행가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진 겪어보지 않은 색다른 시간을 통과하니 한 뼘 성장한 것 같았다. 휴직 상황이 종료되었고, 돌아간 직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원하는 수영이나 요가 수업을 들을 짬이 없다. 한 때 충만했던 모든 게 도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지만, 이젠 다르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다. 일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 어떠한 상황에 놓일지라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에 저자는 눈 뜬 듯했다.

삶의 방식은 여러 가지다. 저자가 휴직을 했으므로 우리도 저자처럼 휴직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지는 것이다. 나는 부러워하는, 나다운 방식을 택했다. 여전히 일 년에 하루 휴가 내는 것도 벌벌 떨고, 자신을 칭찬하는 일에도 인색하다. 그래도 지금의 내가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므로 됐다. 이번엔 여기까지.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땐 한 걸음 더 내디뎌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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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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