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건축/인테리어/미술)

iseeman
- 작성일
- 2019.9.1
오늘도 계속 삽니다
- 글쓴이
- 김교석 저
위고
주변에서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고 한다. 책을 제외한 다른 물건들에 대한 탐욕이 그리 크지 않은 나로서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책에 대해 탐닉하는 것과 다른 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결국 품목이 무엇인가 하는 것만 다를 뿐이지, 특정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만 밝혀두고자 한다.
‘혼자라서 물건을 사기도 살림을 하기도 멋쩍은 1인 생활자를 위한 생활 제안’이라는 길다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일종의 쇼핑 가이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삶의 모든 순간, 모든 새로운 경험은 결국 쇼핑과 연결된다’고 할 정도로 쇼핑에 빠져 있었던 인물이다. 대학 시절인 20대 초.중반 무렵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 시작하여 그 경력이 10년이 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삶을 ‘무언가를 사기 위한 여정’이라고 말하고, ‘쇼핑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직업관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의 주된 분야는 쇼핑과 관련된 각종 상품에 대한 소개일 것이라 짐작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자취를 한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에는 빠듯한 생활비로 인해 용돈도 부족하여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만약 생각지 않은 돈이 생긴다면 평소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기보다, 먹고 싶은 음식에 투자를 하는 편이었다. 또한 물건이 많아지면 이사를 할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해서, 차라리 미니멀리즘의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서 지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에야 오히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예컨대 ‘집은 나만의 안락한 요새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다양한 품목들을 열거하고, 하나의 품목에 대해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이 책의 내용은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닌, 살림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더 유용할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의 경험과는 달리, 요즘도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쇼핑을 즐길 수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비혼주의자로 직장과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물건들을 품목별로 소개하면서 각각의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소개한 품목 가운데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서 즉시 검색해 본 결과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크게 놀라기도 했다. 굳이 이 경험을 제시하는 것은 쇼핑 경력만큼이나 저자의 안목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모두 3부로 구성된 구성 가운데 ‘1부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만의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살림살이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살림이란 ‘나만의 정서와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든 사부작거림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부디, 당신의 공간에 애정을 들이고 위로를 받기를’ 독자들에게 바라고 있다. 1부에 소개된 살림살이는 모두 9가지 품목으로, ‘의자’ ‘스탠드’ ‘침대’ ‘침구’ ‘수건’ ‘빨래 건조대’ ‘청소기’ ‘먼지떨이’ ‘러그’ 등과 겨울철 실내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과 물건들에 대한 제안을 다루고 있다. 앞에서 먼저 밝혔듯이, 저자가 제안한 물건들의 일부를 검색해 보면서 그 만만치 않은 가격에 놀라기도 하였다. 저자도 역시 이 모든 품목에 대한 자신의 제안을 참고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이해된다.
2부는 ‘살림을 하며 삽시다’라는 제목으로 주로 조리 기구와 부엌 가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품목들은 ‘머그잔과 유리잔’ ‘토스터’ ‘식기’ ‘프라이팬’ ‘프렌치 프레스’ ‘식기 건조대’ 등과 ‘혼자 살면서 식품 저장고에 갖춰야 할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우리는 누군가의 집에서 살림이 아니라 사람을 보게 된다’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집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현관 트레이’ ‘디퓨저’ ‘식물’ ‘에어컨과 컴포넌트’ ‘로브 가운’ ‘실내화’ ‘스노볼’ 등을 소개하면서, ‘시공 없는 나 홀로 인테리어 가이드’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저자만의 집안 꾸미기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살림살이에 대한 저자의 소개 내용이, 오랜 경력을 통해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자의 제안에 따라 살림살이와 집을 꾸민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로부터 격조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을 꾸미기에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는 것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저자의 제안을 실행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끝내 저자의 이상적인 제안을 머릿속에 담고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해보고자 한다.(차니)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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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