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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글쓴이
조영태 저
북스톤
평균
별점8.6 (19)
피오니즈

얼마 전 모 인터넷뱅크에 업무협의 차 방문에 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년 정도로 예정된 펀드판매 겸영업무와 관련해 당사가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향후 판매전략에 대해 약간의 방향성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상품을 제안할 당사 입장에서도 준비에 다소 여유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심산에서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해당 은행의 상품전략담당자 분께서, 지나가듯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지셨다.


‘우리 은행은 젊은 수요자 층을 Targeting 해서 차별적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자체가 회사의 성장성을 얼마나 담보해 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은행업의 기본은 수신과 여신인데, 현재까지 적어도 여신 쪽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이 대세이며, 추진 중인 주택담보대출 쪽으로 가면 이 현상은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현상이야 달라지겠지만, 얼마나 걸려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현실의 상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들은 이야기를 주관을 섞어 한마디로 요약하면, 해당 은행이 성장해오는데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부분이, 확장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은행업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의 겉모습에 취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및 확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내게 좋은 귀감이 되었다. 진정성 없는 막연한 기대는 진짜 기회를 볼 수 없게 만든다. 다소 어둡더라도 정확한 현실을 직시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 비로서 그 고민 안에서 큰 기회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이 책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학연구실의 조영태 교수가, 현재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앞으로 인구구조의 연령대/가구/인구이동 등의 다양한 변화가 미래 다양한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통계학적 관점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조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산업이 유통업/ICT/음식료/농수산업/여행·운수/교육산업 등 다양하지만, 이 글에서는 내가 속해 있는 금융업, 그 중에서도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금융업은 고객과 투자대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과 닿아있다. 은행의 경우는 예금과 대출이 각각에 해당하고, 보험/증권/자산운용 등의 경우는 가입자·수익자와 투자대상이 되는 다양한 자산시장(증권/부동산/수익권 등)이 각 측면이 된다. 따라서 당연히 금융업은 2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하나는 Target 고객층(들)을 정하고, 그 고객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접근방식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대상(대출 및 자산시장)에 보다 효율적(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창출)인 투자기법을 고민하는 일이다. 다소 편향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일 수는 있지만, 내 생각에 우리는 2가지 고민 중 후자는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반면, 전자.. 즉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법론엔 다소 수동적이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금융의 국제경쟁력 및 선진화 정도를 논할 때, 타 산업에 비해 금융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도, 금융당국의 경직적 규제 못지 않게 이 수동적 태도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자산시장의 예측활동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고객의 상황/성향/수요 등의 변화에 대해서는 예측이나 컨트롤이 불가능한 주어진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로 취급하거나, 현재 거래 중인 고객이 전부이고,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현재 판매방식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 여지는 오로지 수익성 뿐이라는 제한된 사고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는 단순히 반성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가진 통념에 가깝기에 그것을 먼저 깨는 이에게는 정녕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관찰되는 자산운용업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자금의 증가이다. 하지만 곧 경제활동 유입인구보다 은퇴 후 연금수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수요자로서의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다른 연기금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지금과 같이 자산운용시장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퇴직연금시장이 기댈 구석이기는 하나, 현재와 같은 예금 중심의 운용 행태에 얼마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갑자기 생겨날지도 의문이다. (부동산 및 자영업 증가와 연계된) 가계부채의 증가와 잇따른 투자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개인투자자 중심의 공모시장도 여력 측면이나 의지 측면에서 현 상황에선 큰 기대가 어렵다.


그렇다면 자산운용업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남다른 운용성과를 내는 투자대상이나 투자기법을 찾아낸다면 다른 고민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그 어떤 것보다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상품을 섞거나 꼬아낸다고 묘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투자자를 호도했다는 오명을 얻거나 불완전판매 이슈에 휘말리기 쉬워진다. 이제는 좀 더 수요시장의 세분화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의 한 복판을 누볐던 58년생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그들 자녀세대의 30대 진입, 그리고 이에 따른 부(Wealth)의 이전, 40대 전후 (경제력을 갖춘) 비혼인구의 증가 등에 주목해, 여유자금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들의 필요에 맞는 상품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국내시장의 성장이 정체된다면 국내시장에서는 M/S를 확장시키는 전략을, 해외진출 등을 통해 추가성장을 담보하는 방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어떤’ 상품을 공급하는가도 중요한 경쟁력이지만, 이젠 판매채널의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전횡에서 벗어나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승패를 가르는 진짜 열쇠는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래 시장의 많은 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다. 오늘의 인구변동이 만들어놓을 결과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 미래가 어둡다 하더라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오히려 큰 기회가 된다. 반대로 미래를 아무리 밝게 본다 해도 그 모습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 기회는 결국 남의 몫이 될 것이다.’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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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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