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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h0606
- 작성일
- 2019.9.10
이방인
- 글쓴이
- 알베르 까뮈 저
열린책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은 틀림과 종종 혼용된다. 그 만큼 우리들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름은 다양성이 인정되며 그 자체로 존중받는다. 그러나 틀림은 조금의 여지 없이 나쁜 것, 잘못된 것으로 다루어진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태연히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는 주인공 뫼르소. 화창한 하늘을 보자 어머니 일만 아니었으면 산책하기 참 좋은 날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피곤했는데 오랜만에 집에 와서 참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어머님의 장례 직 후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긴다. 그의 이런 모습은 분명 불편하고 이상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실감나지 않아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장례 중이지만,다른 사람이 권한 담배와 커피 한 잔 거절하지 못할 수 있다. 어머님의 장례와는 별개로 오늘의 날씨는 참 좋다고 느낄 수 있다. 피곤한 장례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것이다. 어머님의 일은 이미 돌아가셨고 나는 살아있으니, 나는 전처럼 데이트도 하고 직장도 다니 다니며 원래 나의 삶을 다시 살아간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당연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도 불편하다. 왜 그럴까?
뫼르소와 우리가 다른 점은,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충실하며, 솔직하며, 현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눈물이 나지 않으면 나지 않는 대로, 주변 상황이 어떻든 지금 나의 감정에 집중하여 딱 그만큼만 표현한다. 이는 잘못된 것은 아니나,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다. 이 사실을 뫼르소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거짓행동이나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다르다는 것은 곧 틀림이 되어버린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에게 사람들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 살인 사건 자체 보다는 뫼르소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도대체 어떻게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지가 재판의 핵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사람들앞에서 뫼르소는 굳이 자신을 변명하려,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행위에 이유와 설명을 붙여야 하는 재판장에서 그는 입을 다무는 쪽을 택한다. 말할 법한 이유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뫼르소에게는 그것들이 이유가 되지 않았다.
결국 뫼르소는 사형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판결을 받아들인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만끽하며, 그의 마지막 순간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기를 기도하면서.
과잉 감정, 뻔하고 과장된 표현들에 익숙한 나에게 뫼르소는 참 특이한 인물이었다. 사건, 이야기 전개와는 별개인 듯 한 주인공의 생각과 시선들. 냉혈한 같기도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보이는 행동들을 보면 그렇게까지 유별나거나 괴팍한 것 같진 않았다. 사람을 죽인 죄는 분명하지만, 전형적인 악인이라기인 뭔가 부족하고... (과연 이 세상에 전형적인 악인이라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담담하고 건조한, 솔직하면서도 낯선 문장들이 참 신선했다.
읽고 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계속 뫼르소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유명한 작품이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리뷰도 참 많았다. 그 중 전문가의 해설을 보니 어찌나 어렵던지... ㅠㅠ) 이 책은,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 나 자신의 마음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야기를 쫓아가느라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지 못해 아쉽다. 나의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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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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