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청소년

술패랭이
- 작성일
- 2008.11.26
플라이트
- 글쓴이
- 셔먼 알렉시 저
미래인
[도망에서 비상으로, 자신의 삶을 건지다]
역사라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이 아니면 이웃한 타자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방관하듯 보는 태도도 갖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는 참으로 각별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치부? 숨기고 싶은 한 부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역사이다. 지금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던 수많은 인디언들은 너무도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인 인디언들의 삶, 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풀어야 할 이 문제를 미국의 역사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말고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flight ....'도망'이라는 뜻도 있으면서 동시에 '비상'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정말 이 책 속의 주인공으로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방황하는 15세 소년의 삶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인디언 아빠와 아일랜드계 엄마 사이에서 축복받지 못한 삶을 부여받은 소년 '여드름'은 세상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일찍 죽은 어머니.그리고 20여 곳을 전전하면서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살게 한 양부모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밖에 살게하지 못하는 가진 자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다. 사실 이런 여드름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 사회에서 잘 살아볼려고 해도 인디언보호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육당하는 그들의 삶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이 작품이 지극히 현실적인 것에만 촛점을 맞추었다면 식상함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책의 신선한 발상에 빠져들게 된다. 여드름이 우연히 만난 백인 소년 저스티스로부터 받은 권총 두 자루. 이것을 들고 은행에서 난사하고 쓰러진 이후...여드름은 더 이상 15살 소년의 몸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분명 처음의 15살 소년 여드름이지만 그가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은 그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작가는 영화제작자로도 활동한다고 한다.
여하튼 15세 소년에서 인디언 운동가들을 잡아서 학살하다시피 하는 백인 FBI요원, 인디언과 미기마병들의 최후의 전쟁이 벌어졌던 당시의 상황을 겪게 되는 어린 인디언 소년, 인디언 마을을 돌며 인디언 소탕을 벌이는 군대의 한 군인으로, 그리고 바다를 향해 비행기를 몰아가는 백인, 마지막으로 그가 그렇게도 외면하고 원망했던 또 한 명의 인디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의 모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마지막 아버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품에서 꺼낸 어린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수많은 삶을 경험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되어서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셔먼 알렉시..사실 나는 이 작가를 처음 만나지만 그의 냉소적이면서 유머와 풍자가 담긴 작품에서는 미국 역사의 치부이자 숨죽인 인디언들의 삶을 드러내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유머러스함 속에서 인디언 역사의 본질적이 슬픔이 베어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 자신의 아버지의 삶까지 경험하고 은행에서 난사 직전의 자신으로 돌아온 여드름. 많은 사람들의 삶을 경험한 그가 택한 것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삶이었다. 자신을 아껴주던 경찰관의 양아들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맛보게 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세상을 비아냥거리면서 한탄하고 아웃사이더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 바탕에는 그가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망에서 비상으로..그렇게 변화하는 한 소년을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이런 독특한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비범한 작가 한 명을 알게 된 것도 행운인 것 같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