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골골이
- 작성일
- 2019.9.22
카니발
- 글쓴이
- 강희진 저
나무옆의자
소설의 화자이자 예슬이는 20대 초반의 방통대 다니는 학생이자, 필리핀 이주여성의 딸이다. 예슬이는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다. 투렛증후군이란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반복적인 동작(운동틱)이나 소리를 내는 현상(음성틱)을 뜻한다. 외설적이고 저속적인 말들을 동어반복하며 사용하는 예슬이의 모습은 어수선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녀만의 시선과 입담으로 한국으로 시집와 어느 날 자취를 감춘 자신의 어머니_조세피아와 자신의 삶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경상도 시골에 살고 있는 예슬이네는 일명 다문화 가정이다.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다니고 영어와 스페인어까지 곧잘했던 똑똑한 엄마, 도축일을 하는 무식한 아빠, 며느리를 쥐잡듯이 하는 전형적인 시어머니, 엄마가 동남아 사람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똑똑한 여동생이 살고 있다. 필리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언어, 문화,생활방식이 다른 한국으로 시집온 엄마는 서로다른 환경과 생활방식에 힘들어 한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성스럽고 당연한 표현방식으로 배웠지만, 한국에서는 남편과 진솔한 사랑을 나누는 것도 남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는 것에 힘들어 했다. 특히 언어장벽으로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던 엄마는 영어소통이 가능한 삼촌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잦아지면서, 엄마와 삼촌이 불륜관계라는 소문이 마을사람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소문이 점점 짙어질수록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폭력의 강도는 높아질 뿐이다. 틱장애와 혼혈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던 딸을 위해, 엄마는 고향인 마닐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빠의 반대로 무산되고, 큰 말다툼과 함께 엄마는 안개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살짝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거 같은 위태로운 예슬이네 가족은 누구나 예상했던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되는데...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어촌 생활환경은 여성들이 농어촌 남성들과 결혼하는 것을 기피하게 만들어 주었고, 노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통해 동남아 여성들과 다문화 가정을 꾸려온건 하나의 관행이 되어버렸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혼이 아니라 단순히 가정꾸리기에 급급한 결혼은 한국사회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언어속에서 살다온 이질적인 이들이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란 어려운 것이다.
"백인의 입장에서 보면까만 피부나 한국의 황색 피부는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은 끝없이 분류해서 타인을 만드는 나라이다."
(P187~188)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과 그들보다 우리가 잘살고 월등하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동남아 사람들을 정처없이 겉돌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랑과 보살핌이 없이 성장한 예슬이는 마약과 아무 남자와 서슴없이 성관계를 갖는 모습을 보며, 누가 그녀를 욕하고 탓할까?? 물론, 예슬이 가족이 다문화 가족의 모습을 대표하는건 아니다. 분명히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다문화 가정도 있지만, <카니발>은 다문화 가정의 실상을 공감받기 위해 내용을 극대화시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 한국 농어촌의 폐쇄적인 모습 등 한국사회에 깊숙히 뿌리박힌 사회문제들을 되짚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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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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