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오즐
- 작성일
- 2019.9.23
카니발
- 글쓴이
- 강희진 저
나무옆의자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어요.
외모가 달라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여전히 편견과 차별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작년에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피해 학생도 어머니 국적이 러시아인 다문화가정이었어요.
가해자들은 초등학교 동창생들로 사건 이전부터 갈취와 폭행을 해왔다고 해요. 피해자와 가해자들 모두 14살.
피의자 중 한 명은 피해 학생의 패딩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석해 논란을 일으켰죠. 죄의식이나 양심은 눈곱 만큼도 없다는 증거겠죠.
강희진 작가님의 <카니발>을 읽으면서 앞서 말한 그 사건이 떠올랐어요.
그 사건을 접하면서 소름끼쳤던 분노의 감정이 대상만 바뀌었을 뿐, 똑같이 전해져서 힘들었어요.
주인공 예슬이는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에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한국인이죠.
하지만 황토로 팩을 한 것 같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국적 외모 때문에 튀기, 잡종 등 몹쓸 말들로 놀림을 당했어요.
더군다나 틱 장애,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영어로 말할 때는 괜찮은데, 한국말을 할 때는 심하게 더듬고 이상한 소리를 내요. 진짜 문제는 심한 욕을 마구 내뱉는다는 거예요. 외설스러운 욕, 괴성, 동어반복, 얼굴 찡그리기, 머리 끄덕이기 등은 전부 투렛 증후군 탓이지만 그 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쳐 날뛰는 걸로 보이는 거죠. 그래서 예슬이는 학교에서 쫓겨났어요.
이 소설은 예슬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욕설이 난무해서, '도대체 얘는 뭐지?'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어쩌면 예슬이를 괴롭혔던 주변 사람들처럼 차갑게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예슬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예슬이뿐 아니라 엄마 조세피나가 처한 상황이 보였어요. '다름' 그 자체가 차별과 학대의 이유가 되는 현실.
유독 엄마를 닮은 예슬이는 혼혈이라는 것이 눈에 띄어서, 외국인이 거의 없는 시골 마을에서 표적이 된 거예요. 반면 동생 예진이는 거의 한국인과 흡사한 외모인 데다가 공부까지 잘하는 모범생이라서 왕따를 당하지 않았어요. 공부로 따지자면 예슬이도 잘했지만 튀는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고, 틱 장애가 욕설로 발현되다보니 문제아로 찍혔던 거예요. 예슬이로서는 자신을 위한 방어였는데, 그걸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거죠. 오로지 엄마, 엄마는 늘 예슬이를 걱정하고 마음 아파했어요. 예슬의 틱 장애를 멈추는 건 엄마의 손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사라졌으니... 예슬이는 폭주하고 말았어요.
누구라도 예슬이와 같은 왕따와 멸시를 당한다면 막 소리지르고 발악할 거예요. 도대체 니들이 뭔데!!!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을 매일 매순간 당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일에는 무심하죠. 자신의 일이 아니면 상관 없으니까. 어쩌면 방조와 무관심도 보이지 않는 폭력인 것 같아요. 결국 그로 인해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카니발>은 예슬의 목소리를 통해서, 부당한 현실을 목청 터져라 외치고 있어요. 불편하고 괴롭지만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
"Don't hurt, Please......" (224p)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