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

노누사
- 작성일
- 2019.9.28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 글쓴이
-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저
현대지성
플라톤이 언급한 아틀란티스는 과연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지브롤터 해협) 넘어 대서양에 존재한 고대 문명일까? 혹자는 아틀란티스가 크레타 섬이라 하고 다른 이들은 미노아 문명이라고도 추정한다. 단 하루밤만에 지진과 홍수로 대서양 해저로 침몰했다는 잃어버린 제국. 과연 화산폭발로 고대 문명이 사라졌을까? '처음읽는 바다 세계사'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질문이다. 어쩌면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현생인류가 해안저지대에서 일군 문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침수되어 그 터전들이 점차 내륙으로 이동하게 된 역사를 전설로 승화시켜 기록한 것이 아닌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지구가 탄생한 이후 바다가 걸어온 모든 역사를 서술한다. 또한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바다에 진출하여 바다와 공생하며 미지의 항로를 탐험해 왔던 오랜 여정을 바다의 관점에서 세세히 설명한다. 제목 그대로 바다를 둘러싼 세계사를 기록한 책이다.
'처음읽는 바다세계사'는 장구한 바다 역사를 7개 장으로 나눠 설명한다. 1장은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원시바다가 형성된 40억년 전부터 바다에서 생명체가 기원하여 호모속의 현생인류로 진화한 후 각 대륙으로 이동하는 기원전 7천년 전후까지 장구한 시간을 요약한다. 2장은 원시시대부터 서기 15세기 전후까지 인류가 바다를 개척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3장은 15세기 이후 19세기까지 주로 대항해 시대에 개척된 신대륙과 주요 항로를 발견한 성과를 알려 준다. 4장은 19세기 점차 바다에 익숙해진 인류가 바다를 건너야 할 대상이 아닌 목적지로 인식하는 사고의 변화를 다룬다. 심해와 공해의 발견, 해양 생태학이 발달하고 바다를 통해 대륙간 해저전신이 연결되는 기술과 과학이 이룬 진보를 소개한다. 5장은 19~20세기 어업을 중심으로 바다를 매개한 산업의 발달을 다룬다. 인류가 어류, 고래 등을 남획함에 따라 부각되는 바다의 자유와 통제권등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다. 바다가 놀이와 은둔의 공간으로 변하면서 인간이 활동하는 영역이 아닌 사회, 역사밖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는 현상을 지적한다. 6장에서는 바다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 '프론티어'를 설명한다. 바다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수중자원, 영해권이 중요해져 바다가 인간이 보호해야 할 공간으로 재인식되는 변화를 다룬다. 마지막 7장은 레크레이션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바다를 언급한다.
이 책을 보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2가지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세계지도와 지구의 역사이다. 1장과 2장은 지구 형성이래 역사시대로 접어들기 까지의 지구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바다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소개되는 지역들이 대략 세계 지리중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감을 잡아 놓으면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다.
[미리 알아두면 유익한 지구역사 상식]
https://ko.wikipedia.org/wiki/%EC%A7%80%EA%B5%AC%EC%9D%98_%EC%97%AD%EC%82%AC
- 지구의 역사, 위키백과- |
둘째는 '총, 균, 쇠'나 '사피엔스'를 보지 않은 독자들은 둘 중 한 권을 가급적 미리 보기 권한다. 바다와 인류가 공생해 나가는 원시시대까지의 인류 역사를 이해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간과하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평가할 만한 다음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앞으로 관련 서적들을 참조하여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첫째, 진화론과 생명의 기원이다. 원시바다에 풍부했던 유기화합물로부터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을까? 일찍이 다윈은 '따뜻하고 작은 연못 가설'을 주장했다. 저자는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바다가 대기에 노출되고 번개로 부터 전기자극이 주어짐에 따라 아미노산, 당,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였다고 묘사한다. 선뜻 보면 당연하다 싶지만 유기화합물에서 생명이 출현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다. 진화론, 생명과학 뿐 아니라 종교학에서 다루는 창조학, 생명론을 접해보고 싶다.
둘째, 인류의 진화와 이동을 다룬 인류학과 고고학 분야이다. 빙하기에 사피엔스가 베링육교를 건너 아메리카로 들어갔다는 게 인류학의 컨센서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피엔스가 아메리카에 들어가기 이전 이미 아메리카에 인류가 정착했던 고고학적 증거가 있다고 한다. 인류가 항해와 어업을 한 시기는 대략 1만년 전이라 추정된다. 놀랍게도 현생인류 이전 유원인들이 100만년전 인도네시아 자바섬 인근까지 진출하였다는 점을 보면 현생인류 이전 베링해협을 통해 아메리카에 진출한 존재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세째, 바이킹이 활약한 당시의 북부유럽 역사와 대항해 시대를 재조명하고 싶다. 그린란드를 넘어 캐나다 뉴펀들랜드까지 진출한 바이킹은 바다에 관해 대단히 진취적이었다. 유럽의 고대이후 역사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바이킹이 근거한 북부유럽의 고대, 중세역사와 신화는 초짜 수준이다. 또한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서야 모든 바다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유럽 열강이 세력을 확장하고 제국주의의 토대가 되었던 대항해 시대를 재조정명하고 싶다. 엔리크 왕자 이후의 대영제국까지 유럽열강의 패권사를 다시 들여다 보고 싶다.
네째, '파운데이션'과 '시간의 역사'을 일독할 계획이다. 바다를 휴양과 모험의 대상으로 인식한 시기는 18세기 즈음부터 였다. 18세기 중반부터 유럽 상류층들이 해변에서 휴가를 즐겼고 19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중류층들이 해변을 찾아 망중한을 보내기 시작했다. 로빈스 크루소, 보물섬과 같은 해양소설이 바다를 어드벤처로로 묘사하였다. 대규모 유럽인들이 신대륙 미국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러 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스페이스X가 민간인을 화성으로 보내려는 계획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인류가 바다를 정복했듯 언젠가는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개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우주시대가 본격화될 2020년대를 맞이하여 장대한 미래 우주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 '파운데이션'를 첫 경험한 소감이 어떠할 지 사뭇 기대가 된다. 또한 책 중간까지 대략 훑어본 후 쳐 박아둔 스티브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를 다시 꼼꼼하게 읽고 싶다.
바다는 인류에게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 온다. 육상 부존자원이 고갈될수록 바다가 보유한 광대한 자원으로 인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프론티어로 이해되기 쉽다. 배타적 경제 수역, 영해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한 이유이다. 한 편 오늘날 바다는 성찰과 회복의 공간, 달콤함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미래의 바다는 인류가 환경오염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자 인류의 선조들에게 그러했듯이 광활한 우주의 첫 발을 내딜 인류에게 도전의식을 제공할 모티베이션이어야 한다.
금단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헤라클래스의 두 기둥을 넘고자 했던 용기가 인류에게 지구에서 하나로 이어진 바다를 건네주었듯 천상에 있을 올림푸스 신전을 지나 우주로 뻗어 나갈 도전정신을 기대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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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