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 좋은 책★★★★★
행복한왕자
- 작성일
- 2019.10.23
9번의 일
- 글쓴이
- 김혜진 저
한겨레출판
정확히 말하면 김혜진 작가의 글이 내 취향이랑 100프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뚜렷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윤대녕이나 김훈 혹은 박완서나 양귀자 신경숙 같이 섬세하거나 읽고 난 후의 문학적 풍성함이 담뿍 느껴지는 것인데...
김혜진 작가의 글은 '중앙역',''딸에 대하여' 모두...살짝 거친듯 하면서도, 어쩌면 너무 노골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 하여, 문학적인 울림이 아닌, 마치 삶의 현장의 시사리포트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읽고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일단, 밑도 끝도 없는 해피엔딩도 아니고, 쓸데없이 센티멘탈한 감성의 글도 아니고,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마 김혜진 작가 글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책을 사 읽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여, 읽었던 책이나 한 번 더 봐야지 했었다.
아마,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연말이 다가오다보니 임원인사, 조직 변경, 업무 변경, 성과 평가와 썩 좋지 않는 경제상황,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른 이런 저런 불안함 때문에, 책 한 권 사 읽을 마음의 여유와 지갑의 여유가 없기 때문.
회사는 애증의 관계이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도 하고...
박수 칠 때 떠나라지만, 가급적 서로 맞잡은 손을 어지간하면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은 심정의...
한 마디로 먹고사는 것과 직결되다보니, 이래 저래 가장 신경이 쓰이고, 영향을 많이 받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업무와 근무지가 변경이 되고, 월급이 줄어들고, 끝내 성격마저 변해가는 모습에
이 책을 읽는 많은 직장인들이 뜨~악 할 것이다. 너무나도 닮아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 혹은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반의 동료들은 이름이 언급되고, 그 다음 근무지에서는 황여사, 최씨 등으로, 마지막 근무지에서는 3번 7번으로 등장되는 호칭 변경...아마 한 번 더 근무지를 변경하게 된다면, 마지막에는 그 무엇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어떤 시절에는 회사가 전부였고, 동료는 가족과도 같았다고 하는데...
요즘 이런 말을 하면 코웃음을 친다. 회사나 동료들을 믿지만 믿을 수 없는 요즘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때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때에는 어찌 살아야하는건지...나는 사실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도 그 답은 없다.
그 답이 없어서... 느껴지는 이런 암울함 때문에, 이 책이 마음에 든다.
덧붙임. 올해, 김혜진 작가의 글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아주 당돌한 작가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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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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