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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
글쓴이
김선우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9.2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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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을 꼽으라고 한다면 교사와 공무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IMF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직장인이 겪는 그 위태로움이 반영되어 정년까지 무난하게 일을 할 수 있고, 노후는 연금으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나름 인지도가 있는 대형 신문사에 사표를 제출한 저자의 선택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한창 일할 때 아니 본격적으로 돈이 필요할 시기인 40세에 은퇴를 선택했다는 점은 확실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40세에 은퇴하다]는 그러한 저자의 선택과 그 이후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을 담은 책이다.

 

 솔직히 제목을 먼저 접하고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은퇴'라는 내용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최대한 회사에서 오래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새로운 삶을 찾아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라는 조언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삶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능력자이거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의 직장인이 쉽게 직업을 바꿀 수 없기에, 또 가진 것이 없기에 직장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차원이 다른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간혹 일반인들이 공감할만한 사례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은퇴'란 직장일을 그만두고 퇴직연금을 받으며 살거나 수입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진정한 '은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40세에 은퇴하다]는 꽤 깐깐하게 읽혀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능력자 또는 부자들의 끄적거림이라면 굳이 읽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로서도 주위에는 쉽게 꺼낼 수 없는 요즈음의 생각, 즉 퇴사와 은퇴에 대한 고민을 가슴에 담아둔 상태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분명 저자는 40세에 신문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것은 분명 확실한 팩트이다. 그렇지만, 우리로서는 여전히 저자가 말하는 은퇴에 대해 의심을 감출 수 없다. 은퇴 시기의 현실적인 부분, 즉, 자산이나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한 저자의 의지가 글의 초반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다른 책과는 달리 그래도 비교적 저자가 은퇴를 결정한 시점의 경제적인 상황이 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책의 초반부에 미리 언급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중반부에 그러한 점을 밝히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에 어느 정도 신뢰감이 형성된다.

 

 퇴직 당시 그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으며, 큰 딸은 아내와 같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둘째 딸은 한국에서 저자의 부모님이 돌보고 있는 상태였다. 더구나 저자 역시 회사의 지원(복지제도)을 통하여 잠시나마 아내와 함께 미국에서 공부한 이력이 있었다. 이정도면 그래도 꽤 재력이 있겠거니 싶은 생각이 들만하다. 아내와 딸을 미국에 유학을 보낼 정도면 그래도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물론 그의 첫째 딸은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나이이기에 공부하는 아내가 돌보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는 퇴사 이후에 국내에 함께 있던 둘째 딸과 함께 미국에서 은퇴생활을 하기로 결정한다. '거봐~ 이게 무슨 은퇴야?'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가진 자의 선택은 아닌 것임은 분명했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를 처분하여 미국에 타운하우스를 한 채 구입했고, 이후 시애틀의 시골에 작은 조립식 주택을 구입한 것이 전부이니 이 정도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히 서울의 아파트와 미국의 타운하우스와 조립식 주택의 시세를 알 수 없지만, 대략 그렇게 교환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적어도 은퇴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미국의 시골에서 생활하는 저자의 수입은 온전히 미국 도심의 타운하우스로부터 나오는 월세가 전부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저축한 금액도 포함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부동산으로 편안한 노후의 삶을 일찍부터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이에 대하여 저자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세가 아닌 월세가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월마다 정기적으로 월세가 들어오지만, 그 수입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솔직히 서울의 강남 아파트도 아닌 강북 아파트를 처분하고 구입한 미국의 타운하우스의 가격을 유추해보면 그에 따른 월세는 분명 4가족이 한국에서 살 때와 같은 삶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시골에서 작은 집을 발견하여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겠는가?

 

 이후로 이 책에 대하여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갖게 된다. 솔직히 저자는 박사 과정을 마친 아내에 대한 기대감도 표현하고 있다. 박사 과정을 마쳤으니 교수가 된다면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사 과정 이후 포닥을 비롯한 경력이 있어야 그나마 교수 임용 조건을 갖추는데, 결정적으로 그의 아내는 공부에 대한 순수한 열망으로 박사 과정을 마친 것이지 이후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으니 미국에서의 귀촌 생활은 월세라는 정해진 수입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존 활동으로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그 삶은 최근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은 '다운 사이징'이라는 명목 아래 절약과 줄이기로 대변된다. TV, 건조기, 식기세척기와 같은 가전은 아예 구입하지도 않고, 심지어 인터넷을 끊고, 휴대폰도 스마트폰이 아닌 통화만이 가능한 구형폰으로 바꾸게 된다. 이발 비용도 아끼기 위하여 집에서 아내가 미용사 역할을 해야 했고, 식습관도 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마치 가족 전체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그러한 삶은 굳이 왜 저자가 은퇴를 하였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 역시 물질주의에 만연한 한국의 사회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지만, 저자의 그러한 삶을 보면 회사에 더 다니다가 나중에라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선택에 대하여 만족감을 드러낸다. 우선 기러기 아빠의 생활을 하면서 가족간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일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그에 따른 건강 역시 상당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직장을 다니거나 아니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조언만이 있었기에 그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선택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바로 자신이 무언가에 집착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고, 포기를 전제로 하였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알람이 울릴 때, 스누즈 버튼을 누르면서 '조금만 더'를 외치는 장면이 우리의 삶이라면 스누즈 버튼이 없는 알람이 바로 그에게는 사표였던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적은 월세 수입 안에서 살다보니 은퇴 이후의 저자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니 그 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돈을 아끼기 위하여 필수가 되어버린 자급자족은 이제 그의 생활 및 식습관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일을 할 때에 비하여 건강함마저 되찾게 되었다. TV와 인터넷을 끊으니 자연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시간의 여백을 부담없이 즐기게 된 것이었다. 집에 딸린 텃밭에서 가족들이 먹을 작물을 자연 농법으로 재배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남는 것들을 장에 팔아서 조금이나마 생계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생각하는 지금을 그는 진심으로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마을의 수상 구조 요원으로 일하기 위하여 운동을 하면서 지금은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일을 기고하고 있으니 그는 자유와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40세에 은퇴하다]가 주는 메세지는 단순하다. 선택은 바로 포기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은퇴 이후의 누리는 것들은 막연하게나마 우리 역시 원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우리는 저자처럼 선뜻 40세에 은퇴를 결정하기란 어려워보인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16년간 이어오면서 점점 가중되는 부담과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 지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막연하게나마 퇴사 또는 은퇴를 꿈꾸곤 한다. 그렇지만,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딸을 보면 그런 생각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허공에 맴돌다 어느새 사라질 뿐이다. 저자는 그나마 미국에서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한국에서 당장 그렇게 산다면 주위와의 비교와 참견으로 인하여 퇴직 이후의 삶조차 흔들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는 그렇다치더라도 아내가 과연 쉽게 그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점도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나 혼자만이라면야 당장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역시나 가족에 대한 부담감은 쉽게 떨쳐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빌어 잠시나마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진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미국에서의 귀촌을 통한 은퇴라는 점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비현실적이다. 그 점만 놓고 본다면 저자의 은퇴 이후의 삶은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다. 그러한 삶을 통하여 눈에 보이는 생활의 변화는 물론 그러한 생활을 통하여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삶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삶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 지금 그러한 생활도 당장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와 같이 가족들이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에 당장 그러한 길을 걷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긴 저자가 [40세에 은퇴하다]를 통하여 은퇴를 종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변화 또는 선택을 위하여 현재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하여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에 따른 대답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포기를 통하여 선택의 길에 들어설 수도 있겠지만, 현상 유지를 하는 가운데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좀 더 생각해 볼 수도 있을테니까. 따라서 일단은 은퇴에 대한 막연한 동경 또는 불안감을 저자의 삶을 통하여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의 현실적인 읽기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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