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베토벤
  1. 외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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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글쓴이
페터 한트케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2 (15)
책읽는베토벤

그리 길지 않은 글이다. 그런데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다. 자박자박 소리를 내면서 따라 걸어야만 가 닿을 듯한 길이다. 막상 그러다가 작가에게 혼이 날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 작가라면 소리를 내면서 따라 걸어도 미처 못 느낄 것 같다. 누가 따라오는지, 왜 따라오는지, 멍한 눈빛만 보일 뿐 도리어 흠칫 물러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슬금슬금 뒤따라 가 본다. 

 

작가는, 특히나 소설가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 소설가가 될까. 아무 소설이나 쓰는 아무 소설가 말고, 그래도 남들에게 권할 만한 가치를 준다고 내가 믿게 되는 소설가를 떠올려 보자. 그들은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하나,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쓰게 되었다는 말은 어떤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던가. 끝내 쓰고야 말 주제의 글이라거나, 기어코 써야 할 몫이라며 발표하는 글들은 어떤 글이었던가. 그런 작가로서의 사명감이나 본분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 독자로서는 어떻게 읽고 어떻게 평가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길지 않은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작가가 보낸 어느 날 오후. 온몸으로 받아들인 감각과 감상들. 현실인지 환상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산책길. 그 모든 시간의 결을 글로 고스란히 옮겨 놓는 재주. 왜 쓰는지. 어쩌자고 쓰는지. 읽는 나는 무엇을 읽어 내려고 이토록 용을 쓰고 있는 것인지. 장차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 다른 이의 의식 세계는 나의 어디에 무엇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쓰는 일이 어떤 이에게는 선천적인 본능 같은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안 쓸 수 없어서, 써야만 살 수 있어서 쓴다는 이들이다. 이런 사람이 작가가 된다면, 좋은 글을 써 준다면 당연히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겠지. 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겹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기나? 작가로서는 억지로 쓴 글, 독자로서는 읽을 필요가 없는 글이 나오는 것일 테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요즘 종종 생각해 보곤 한다. 이 작가의 경우에는? 글쎄, 섣불리 말하지를 못하겠다.

 

작가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책은 수상 이전에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던 것이라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밀로셰비치 장례식에서 추모 연설을 한 작가라는 것도 수상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아직은 망설이고 있다. 한 권 더 읽어 보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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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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