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는 리뷰

내사랑주연
- 작성일
- 2019.10.26
혼자의 가정식
- 글쓴이
- 신미경 저
뜻밖
40년 넘게 밥순이로 살았다.
간식이나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았고, 면 종류도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오로지 '밥'을, 하루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었다.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것과 꼭 밥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풀린건 몇 년 안되었다.
나이가 들면 소화기능이 떨어져 이전보다 적은 양을 먹어야 한다. 그 법칙을 자주 잊어버리고 평소 먹던 양대로 배부르게 먹고 과식의 불쾌감을 느낀다. 서서히 소화될때면 다음 끼니를 또 먹는다. 다시 배가 터질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고 '적게 먹을걸' 후회한다. 매끼를 계속 반복이다. 임산부도 아닌데 점점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속도 더부룩하니 기분도 나빠졌다.
한번은 유럽 여행을 갔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다기보다 배가 고프면 먹었다. 식사시간과 무관하게 아무때나, 먹고 싶은 음식으로 먹는 것 같았다. 미련하게 배도 안 고픈데 하루 세번을 충실하게 바치는 내 모습과 너무 비교되었다. 늘 많은 양이 내 몸 여기저기를 방황하고, 어딘가에 가서 쌓이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실천한다.
평일 점심은 가볍게 먹는다. (착즙주스+삶은 계란1알)
주말엔 한 번 아니면 두 번의 식사만 내 몸에 넣어준다. 이왕이면 몸에 좋은 것으로.
몸에 좋은 것으로 먹으려면 조미료 듬뿍들어간 외식보단 집밥이다.
우리 가족이 집에서 먹는 밥은 일일 평균 1식이다.
점심과 저녁은 거의 외식으로 해결했다.
집에서 아침만 한끼 먹고 아침엔 많이 먹히지도 않는다.
하루 한끼를 위해 투입되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싶었다.
평소 요리에 별 소질이 없다고 느끼고, 접시 한 개를 완성하기 위해 들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은 만들어진 반찬을 사다가 그릇에 담기만 하는 형태의 집밥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뀐 점은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나를 제대로 먹이고 있는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내게도 옮겨왔다.
"맞아, 내가 나를 위해야지. 누가 나를 챙겨주겠어"
혼자 먹는 밥도 대충 때우는 정도였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귀하게 여기기로 했다. 설거지가 몇 개 더 나와도 예쁜 그릇에 담아먹고, 따뜻한 반찬 한 가지라도 나를 위해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저자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한 끼를 때우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수준이었다. 집밥 없이 인스턴트식품과 다양한 간식, 외식으로 채웠다. 그렇게 몸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몇 년을 살다 덜컥 수술대에 오르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고서야 관심을 갖고 변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채소를 다듬고 국을 끓이고 밥을 짓는다. 간편하게 먹더라도 몸에 좋은 재료로, 좋아하는 조리법으로 맛있게 먹는다. 늦게 퇴근하는 나를 위해 최대한 미리 준비해 놓는 노하우도 생겼다.
"(...)무슨 일이든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대비할 수 있는 심적 여유는 시간에서 나왔다. 그래서 미리 해두는 나의 습관에 기댄다. 언제나 조금씩만 미리 하기. 가까운 미래의 내가 미루지 않도록 약간의 시작, 발판만 다져둔다." (p85)
내가 먹을 음식을 정성으로 만드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
'먹는 것' 만 바꿨을 뿐인데, 나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태도도 바뀐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게 맞는 삶을 살도록 해준다.
"요즘 서점에 가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이는 책들을 쉬이 볼 수 있다. '하면 된다' 보다 '하지 않아도 된다' 쪽의 흐름 앞에서 나는 남과 경쟁하기보다 내게 맞는 삶을 살라는 의미를 발견한다." (p154~p155)
손만 뻗으면, 약간의 돈을 쓰면 간편하고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저자는 건강을 잃었던 경험을 꺼내보이며 수고스럽고 조금 고생이 될 수 있지만 직접 차린 밥상을 권한다. 나를 먹이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먹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잘~ 먹고 건강해야 삶의 즐거움도 행복도 느낄 수 있다.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먹는 건강한 삶, 나를 챙기는 삶. 실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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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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