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그리고 여운

리베르타스
- 작성일
- 2019.11.6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글쓴이
- 알렉스 비어드 저
아날로그(글담)
오랜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오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언제나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그것은 "왜?"와 "어떻게?"가 아닐까 한다. 왜 이런 과정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고, 왜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 개개인을 등급으로 갈라야 하며, 왜 평가의 방법은 달라지지 않는가? 나는 어떻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이 사회에 무사히 안착 시킬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엘리트로 키울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아이들의 성장과 시험의 성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공부법에 관한 책, 자기 계발에 관한 책, 동기 부여에 관한 책, 교습법에 관한 책,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어 보고 고민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도해 본다. 시도하고 포기하고 좌절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나도 '남들이 하는 데로...'라는 생각에 안주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는 시간이 온다. 남들이 하는 데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미안함.... 나는 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까?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내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엄마들이 좋아하는 시험 잘 보는, 성적 올리는, 문제 빨리 푸는 아이들을 능숙하게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숨가쁘게 변해가는 현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른 나라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어떤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을까? 어떤 철학으로 아이들을 대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나와 같은 궁금증과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보다. 알렉스 비어드, 그는 전 세계의 앞서가는 교육의 현장을 발로 뛰고, 시스템을 살펴 보고 그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과 만난 후 그 현장의 기록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 주었다. 정말 정말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었다.
함께 동봉된 에디터가 보내는 짧은 글 또한 공감하고 반성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제1부는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들과 인공 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공 지능이 우리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문득 공포심이 든다. 이 어마 무시하고 냉철하고 냉혹한 존재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이용하며 공존해야 하는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아이들은 인공 지능을 조력자로 쓸 것인가 아니면 인공 지능의 조력자가 될 것인가? 만일 아이들이 후자와 같은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저자는 인간은 타고난 학습자이며 과학자라고 이야기한다. 또 여러 방법으로 기존의 방법과 평가 시스템을 넘어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 교육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교육자의 역할을 보여 준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 그리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선진화된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여러 예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인 교육자가 유능하고 전문적으로 교육 받고, 교육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와 현재의 사이에서 현 교습법의 위치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길을 제안한다.
제3부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게 교육하기 위한 방법들이 소개된다. 결국 학습의 주체는 학생들이고 그런 학생들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학습 혁명을 이끌 것인지에 대한 9가지 제안을 에필로그에서 덧붙이고 있다.
책에 소개되는 유수의 선진 학습 시스템은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지도한다. 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러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결과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중산층 이상이나 웬즈데이 마틴이 말하는 "파크 에비뉴의 영장류"들은 이 논의에서 제외되는가? 아니면 이미 그들은 현재 교육 시스템을 탈출했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끝으로 이 책은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이후로 가장 많은 생각과 고민을 안겨준 책이다. 어떤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가 비슷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과 이미 많은 분들이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다만 우리도 교육 정책이 더 이상 정치 논리에 이용당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만 계획되고 일관되게 실행되기를 바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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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