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

휘연
- 작성일
- 2019.11.21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글쓴이
- 알렉스 비어드 저
아날로그(글담)

일단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었더니 읽는 속도가 안 나서 힘들었다. 아마
책을 잘 안 읽던 사람이 읽는다면 꽤나 힘들지도 모르겠다. 두께에 압도당할 수도.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방식의 전개를 좀 힘들어 한다. 논문이나
실험처럼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개 흐름을 따라가면서 내가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해야 맥락
파악이 되고 의도가 이해가 되는 방식이 어렵다. 게다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저자가 이 이야기 하다가
저 이야기 하다가 하는 글의 전개 방식이라 더 힘들었다. 중구난방으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스타일인데 내가 어려워하는, 집중을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더디게 읽혔다. 책도 두꺼운데 어렵지 않은 내용을 힘들게 따라가니 속도가 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책 내용이 너무 좋았다. 바쁘고, 잘 안 읽히는 데도 덮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느라 더 바빴다. 각
장 구성도 좋았고, 내가 몰랐던 세계의 모습도 좋았다. 내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과 비슷한 것 같아서 더 좋았다. 변하고 있는 세계와 함께 변화되어야 하는 교육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이 한 권을 가지고 프로젝트로 운영할 독서모임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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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방법을 기르고,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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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모든 아이들이 각자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완전히
습득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 될 것이다. (172)
아이들에게 교육을 ‘왜’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 하나 다 따져봐야 한다. 처음에 학교라는 체제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우리 아이들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맡겨 두어야 하는 곳이니, 그 의미를 제대로 찾아 짚어야
한다.
시작하기 전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의 각 부에서 어떤 질문을 제시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지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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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혁명의 방향
1.
새롭게 생각하기 :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학습 능력을 갖춘 ‘타고난 학습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
2.
더 잘하기 : 과연 어떻게 해야 타고난 학습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
3.
더 깊이 관심 갖기 : 결국 교육의 목표는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의 일원을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514)
이 책의 원제는 <Natural Born Learners>이다. 사실 처음 받았을 때 제목과 한국어 제목이 너무 안 맞다는 느낌에, 왜
그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책을 읽다 보니 원제가 이해되고, 한국어
버전 책의 제목도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타고난 학습자이기에 그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격동하는 세상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 실제로 저자는 이전에 평범한 선생님이었다. 좀 더 나은(?) 교육을 추구하여,
일반 선생님 자리를 그만두고,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둔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 티치 포 올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자신의 교육 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교육 방식이나, 교육
철학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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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간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 세 가지 1. 새로운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내고, 창조성을 발휘하고, 목적의식을
갖는 ‘관념화’ 능력,
2. 말하거나 쓰기, 듣거나 읽기 같은 ‘복잡한
의사소통’ 능력, 3. 막대한 양의 복합적인 감각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큰 틀 안에서의 패턴 인식’ 능력. 이들이 제시한 창조성, 복잡한 의사소통, 비판적인 사고, 이 세가지는 학교 교육의 청 사진으로 쓰이기에 제격일
듯싶다. ? 브리욜프슨, 맥아피 (69)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이 능력들을 학교에서 잘 개발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학교는 말 그대로 공장과 다름없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지식 주입소일지도 모른다. 변한다고는 하지만, 깊게 고여
있는 물을 순식간에 갈아치울 순 없다.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의 문제니, 선생님이
아닌 나와는 무관한 일이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라고 물러서있을 수 없다. 우리 아이의 일이고, 어쩌면 평생 교육과 관련된 나의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데, 그저 예전의 교육 방식, 지식 습득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 방식에 안주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공부해야만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한국에서는 역시 홈스쿨링이 답인가, 이민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혹자는 우리 나라는
수능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결코 교육 체제가 바뀔 수 없다고도 한다. 사실 나도 많은 부분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사회가 이런데 어쩔 수 없잖아 라고 물러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도
길을 찾아서 함께 할 수 있는 이를 모으고 변화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14살 아이가 그렇게 홍콩에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관점의 확장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체험하면서 많은 내용을 기록했다. 그 내용을 한 문단으로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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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방문했던 학교들에서 명확히 다른 두 가지 사명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뒤처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KSA와
KIPP는 사회적 이동성에 전적으로 주력하며, 실력을 높이고, 매분 매초를 중요하게 여기는 수업 방식을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매치
에듀케이션이나 브릿지 인터내셔널도 이와 비슷했다. 반면에 하이테크 고등학교나 스쿨 21은 구식 학교 운영 방식 위에서 미래 교육을 다시 상상하는 데 자원을 쏟아부었다. (463)
그 중 어느 학교가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지향하는 바가
극단적으로 반대인 곳도 많다. (외국 학교들은 대학 졸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우리 나라와 조금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나 자신의 능력을 살리기가 힘든 우리 나라에서 볼
때 저자가 제시하는 교육의 결과물이 뭔가 제대로 된 결과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이
스파르타로 매 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선생님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 어느
중간인 학교들도 있었고, 살짝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학교도 있었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든 학교들이 원을 그려 그 원 안에 아이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써놓고 자신들만의 방향에서 달려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명확히 그들은 변화하는
세계에 아이들이 발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혹은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아이들을
구원해주고자 하는 기관이 되고자 하였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 문장이 쿡 와닿았다.
학교라는 장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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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우리가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는 학교, 단 한 곳밖에 없다. (486)
세상을 살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패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에 필수 요소임을 아이들도 알고, 그 실패가 그저 하나의 과정임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곳이
바로 학교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무수한 시도를 경험하고, 무수한
실패도 경험하고, 무수한 성공을 쌓으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 학교가 가지는 의의가 아닐까? 직업적 수단,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
위한 시공간이 아닌 좀 더 삶 그 자체를 위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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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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