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201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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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글쓴이
최은영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8 (546)
이야기

얼굴을 보이지 않는 옆모습이 석연찮았지만, '미소'라는 단어와 분홍색 표지는 이 책에 대한 밝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그런데 내리 세 편의 중단편은 시신경을 조이며 눈에 통증을 가져오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네 편의 중단편도 감정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쇼코는 나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였다.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웃음이었다.'(14쪽)

타이틀인 쇼코의 미소는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의 웃음이 아니다. 소유는 쇼코의 미소를 보며 서늘함을 느낀다. 마음에 서늘함을 느끼지 않았던 때는 쇼코가 병으로 마음이 무너져있을 때였다. 소유는 그때 우월감을 느꼈다. 이 글의 무엇이 내 감정을 몰아세우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쇼코나 소유의 이기적이고 못되먹고 못난 모습은 싫은 아이들이다는 감정을 갖게 했는데 말이다. 이들이 나이를 먹고 이 두 소녀를 사랑했던 할아버지들이 떠나고 두 소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나를 울게 했다. 살아서는 깨닫지 못했던 사랑, 고인이 된 상태에서 깨달은 조부의 사랑이 둘을 성숙시키고 삶을 바로 세워주는 끝없는 사랑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정말이에요. 우린 정말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79쪽)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게 가족을 잃은 베트남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무도 해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씬짜오, 씬짜오'는 나를 미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울게 만들었다. 소설 속 인물인 응웬에게, 호 아저씨에게, 투이에게 나도 우드스탁의 엄마처럼 미안합니다 하고 말하고 싶다. 아니 내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감정을 억누르는 응웬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작가가 짧은 단편으로 내게 미안함을 알게 해주었다.

'순애 언니, 나는 언니가 싫고, 언니의 집이 싫고, 언니의 모든 것들이 싫어.'(120쪽)

누군가가 싫어질 때 그건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어릴 땐 누군각가 싫으면 상대가 싫은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세상을 살아보고 나이를 먹고 조금은 철이 들다보니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애가 가난한 게 싫고, 하반신 마비의 남편을 둔 게 싫고, 그런 남편이 보는 소변에 옷이 젖는 게 싫고, 싫어하는 게 당연하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러한 상대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나의 문제다. 내 마음이 여유로울 때는 상대의 모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이 각박할 때 상대방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누군가를 꺼리는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내가 한지를 조금이라도 덜 좋아했다면 솔직하게 말했을지도 모른다.'(156쪽)

<한지와 영주> 난 한지가 한국인 여자아이일 줄 알았다. 제목을 보면서말이다. 한지는 케냐인인 까만 남자애다. 프랑스 리옹 근처의 수도원에서 영주와 한지는 만나고 썸을 탄다. 그런데 영주는 한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영주가 카로에게 한지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면 한지는 돌변하지 않았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영주에게 다정하던 한지가 한순간에 냉정하게 대하다가 영주의 진실이 담긴 말에 울기만 하다가 케냐로 돌아가버린 일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혼자라고 <한지와 영주>를 읽으며 생각했다.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은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사람에 이야기다. 이별은 슬프다.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죽음으로 영영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산 사람은 살기마련이라는 말은 무책임하지만 그 죽음의 이별을 이겨내기 바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집세고, 날이 서있고, 예민하다. 온화하고, 유하고, 성격 좋은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이 온화하기에 이들을 밉다, 싫다 하지 않기에 읽는 독자는 글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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