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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은
- 작성일
- 2019.11.25
경찰관속으로
- 글쓴이
- 원도 저
이후진프레스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떠나서 3년차 직업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일들을 다루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또한 3년차 사회복지사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더 힘이 실립니다. 경찰관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범인(凡人)으로서의 사람들의 모습,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경찰들의 모습이 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요.
특히 경찰관으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나, 제가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는데, 나중에는 사람때문에 가장 지치더군요. 경찰관으로서 가해자와 민원인, 피해자를 대한다면 사회복지사로서는 클라이언트들을 주로 대하게 되지요.
저 또한 사회 초년생일 때는 야근 중에 민원 전화만 받고도 서럽게 한참을 울었었습니다. 명절 쌀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은 도시락 배달이 다른 집에 잘못 배달되었다는 이유로 당장에 복지관으로 쳐들어와서 제 멱살을 잡거나, 불을 지를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복지사가 자신을 무시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턱을 부셔버리겠다며 씩씩거리며 복지관에 찾아와서는 옷을 다 벗어제끼고 자기 몸에 있는 문신을 뽐내기도(?) 하였죠. 경찰관이 세금을 봉으로 받는 직업이라고 민원인들의 욕을 먹는 것에 대해 대중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면, 사회복지사는 종종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네같은 직업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합리화된(?) 민원을 듣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무슨 일이든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이 내면 깊숙하게 가지고 있는 감정과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괜스레 상황보다 사람이 우선 미워지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생각되었죠. 그저 다 제 마음이 못나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이 책은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 서간체 형식으로 솔직한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솔직한 글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구나' 하며 위안이 되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경찰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이 벗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동안 경찰이라 하면,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경찰관이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찰과 같이 자극적인 소재로 쓰인 몇몇의 경찰을 우선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경찰,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지킴이로서의 경찰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어낸 책이었지만, 글을 한 자 한 자 읽을 때마다 편견이 한 겹 벗겨지고, 새로운 생각이 한 겹 덧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서간체 에세이라서 더 잘 읽혀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혹은 독태기가 오더라도 잘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추천드려요.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저장공간이 부족하여 동영상을 찍을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그때 알았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힘이 없다는 걸. 때때로 과거를 정리해주어야 앞으로 채워나갈 현재도 더 많아진다는 걸. 그 생각으로 이 책은 시작되었다. 나의 과거를 책이라는 것에 맡겨놓고, 앞으로의 발걸음을 조금 더 힘차게 내딛기 위해서.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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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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