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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편집장
글쓴이
고경태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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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쓴 전작 《유혹하는 에디터》로 에디터십을 배웠다. 

 

“글을 시작하자마자 훅이나 어퍼컷을 노리는 이들이 많다.

 (이하 생략) 문장의 잽을 날려보라. 

가벼운 몸놀림으로 천천히 시작하는 거다.”

                                                                     -  고경태 지음, 《유혹하는 에디터》

 

‘편집’이란 두 글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상황에서 만난 위의 문장은 내게 숨 쉴 틈을 내주었다. 

 

그 뒤, 10년이 흘렀고 저자의 새 책 《굿바이, 편집장》이 나왔다. 그런데 가볍게 문장의 잽을 날려보라는 저자의 말과 달리 그의 문장은 ‘훅’이나 ‘어퍼컷’이 많다. 말 그대로 훅훅 들어와서 마음을 콱 문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기획자의 즉각적인 미덕은 일단 직관이고 나발이고 해야 한다.”

 

기획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 안 난다며 지하 100미터로 스멀스멀 가라앉던 몸의 감각이 순간적으로 솟구쳤다. 저 문장이 내게 훅이자 어퍼컷인 게다. 단순하고 명쾌하기가 이를 데 없다. 처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는 타이슨의 명언엔 다 이유가 있다. 한 대 맞으니 지금 당장 잽이라도 날려야 할 것 같아 이걸 쓰고 있는 거고. 

 

이 책은 오랫동안 편집장을 해온 저자의 에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편집장을 위한 매뉴얼도 아니고 편집장론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궤적을 따라간다는 것 자체로 기획이나 편집을 하는 사람에겐 충분한 매뉴얼 역할을 한다. 매체를 일군 비화부터 기획물의 역사, 기획에 관한 관점과 방법론까지 읽을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저자가 만나본 여러 매체의 편집장 인터뷰에선 지면을 보는 감각과 사람을 읽는 밝은 눈의 필요성마저 새삼 느낄 수 있다.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저자에게도 고비를 넘나들며 절박하게 매달리던 순간이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의 매체가, 하나의 기획이, 하나의 저자가 탄생했다. 즉각 해야 하는 순간에도 절박성은 큰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4시간 그것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절박하게 매달렸다.”(p.131) 꽂히면 즉각 하되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사람이 좋은 문장과 좋은 기획을 탄생시킨다. 돌이켜보니 고민만 하다 끝낸 일이 얼마나 많았나. 혹은 생각했지만 끝까지 붙들고 있지 못했던 일이 얼마나 많던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난 이들과의 작별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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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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