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11.28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 글쓴이
- 전주홍 저
지성사
논문이라는 창으로 통해 현대 과학(특히 의생명과학) 활동의 의미를 주의 깊게 살핀 이 책에서 전주홍 교수는 이 책이 세 부류의 독자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첫 번째는 의생명과학 분야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대학원생들은
이제 과학 학술 논문을 써야 하는 존재다. 논문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생기고(나도 하고 있지만), 책도 있지만,
정작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막막하다. 논문 쓰기란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암묵적인
지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명확한 지도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그냥 습득된다는 의미인데, 그게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반드시 필요한데, 이 논문을 통해서 취직을 하고, 승진을 하고, 연구비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대신 논문의 의미를 얘기한다. 옳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의 의미를 알면 논문을 써야 하는 의미를 알게 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단어를 넣고, 문장을
이어가는 작업이 수월한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익숙치 않은 영어로, 더군다나
과학 분야의 특별한 문법을 이용하는 쓰는 것은 더더욱 그렇지만, 일단 이해하면 뭔가를 수행하기는 쉬워진다.
두 번째로 꼽는 독자층은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대학생이다. 이제 자신의
진짜 진로를 결정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 현대의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속하게 되는 실험실에서 행해지는 연구 활동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밖에서 보는 연구는 결과만을 보는 것이라서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겠지만, 상당히 매끄러운 과정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구의 과정은
가설 설정 ? 실험 ? 분석 ? 결론 ? 논문 쓰기 등과 같은 순서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이 책은 연구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논문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세 번째는 기초의학이나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사실
고등학생이 읽기에는 좀 버거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과학 철학의 내용도 그렇고, 과학 활동의 실제를 알려주기 위해 들고 있는 예들도 이 책만 봐서는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과학 활동이 사회적인 활동이며,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 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두 부류의 독자층을 얹고 싶다.
그 중 하나는 나 같은 전문적인 연구자다. 그동안 논문을 꽤 많이 써왔고, 그 논문들로 취직도 했으며, 승진도 했으며, 연구비도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이 쓰고 있는
논문의 의미에 대해서는 깊게 성찰해오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아마도 대부분이지 않을까?). 더군다나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을 데리고 실험실을 운영하는 연구 책임자의 경우에는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논문 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논문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논문이 연구자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했을 때, 논문 읽기, 논문 쓰기에 대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이들(나를 포함하여)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이란 무엇이고, 논문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장 필요한 독자층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과학이라는 분야와는 별로 상관 없는 일반인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과학, 과학 활동에 대해서 오해한다. 논문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다. 논문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과학자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이들에게 이 책은 과학 활동, 특히 과학자의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를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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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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