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12.5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 글쓴이
- 기욤 뮈소 저
밝은세상
잘 읽히는, 내지는 잘 팔리는 작가의 작품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다. 대부분은 그 기대치를 충족하는 작품을 내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하고, 그래서 읽게 된다. 기욤 뮈소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그런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 때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만났을 때가 아니다(그땐 그 작품을 비판하면 되니까). 오히려 딱 기대만큼의 작품인 경우다. 작가에게서 기대한 정도는 충분히 충족은 하는데,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작품은 아닌 경우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할 지 조금 난감해지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작품이
대체로 그렇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 그렇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섬 보몽 섬. 세 편의 소설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지만
돌연 절필 선언을 하고 섬에 틀어박힌 작가 네이선 파울스. 20년 전 사건의 전말을 찾아 섬에 찾아든
기자 마틸드 몽드. 그리고 자신이 쓴 소설이 출판사에 거절당하고 작가적 전망을 알아보고자 네이선 파울스를
찾아온 청년.
어쩌면 밍숭맹숭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기대한 대로 이야기는
급박하게 전개된다. 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이야기를 연결해주고, 작가
지망생 청년을 받아준 서점의 주인과 기자 마틸드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20년 전 참혹한 살인 사건이 이
소설의 배경이자 모든 것임이 드러난다. 그리고 오해와 진실. 진실은
참을 수 없이 역겨운 것이었다.
기대한 만큼이라는 것은 몇 차례의 반전이 상당히 정교하다는 점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소설 속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이 문체냐, 스토리냐는 잠깐의 논쟁이
있는데, 기욤 뮈소는 문체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며 문체는 그
스토리를 보다 분명하고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마한 것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반전의 묘미가 있고, 그래서 파악하기가 쉽지만, 소설
읽기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러나 어떤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이 소설에선 코소보 사태에 얽힌
장기 밀매 조직을 바탕에 깔고 있어 이전 소설보다 훨씬 사회적이지만, 여전히 이야기는 개인적이며, 사회에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욤 뮈소의 소설은
다분히 소비적이다. 그래서 팔리고 읽히는 것이고, 대중소설로서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아쉬운 대목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좀 안이하다. 마틸다의
총구 앞에서 타자기 앞에 앉은 절필한 소설가라니. 그냥 작가가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 장치이겠지만, 사실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버리는 것이 되어 버렸다. 상황은
급박하고, 충격스러운데, 방식은 좀 맥이 빠진다.
그래도 소설은 재미있다. 기욤 뮈소인데…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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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