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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상)
글쓴이
빅토르 위고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40)
파란자전거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오늘의날씨를 살펴본다. 아침 여섯 시가 하루 중에 가장 춥다는 것은 이렇게 날씨를 살피다가 알게 되었다. 오늘 마당의 최저 기온은 영하 7. 끓인 물을 챙겨 나갔다. 영국 런던의 오늘 날씨는 어떨까. 검색해보니 위도가 우리보다 훨씬 위인데도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다. 영상 7~12. 오후에 소나기가 올 거라고 예보하고 있다. 일주일 날씨를 보니 늘 공기 중에 수분을 무겁게 머금고 있다. 이러면 체감 온도는 더 낮을 것이다.

 

갑자기 영국 런던의 날씨가 궁금해진 것은 어젯밤에 읽었던 이 책의 배경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유명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항거하다 피신,  영국에서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다. 프랑스 사람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문호의 다른 작품처럼 이 소설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앞서 그가 살고 있는 시대를 먼저 들춰낸다.  17세기 말, 18세기 초의 영국은 공화제가 몰락하고 군주제가 다시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위고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진정한 제목은 <귀족 정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정치인(왕을 비롯해)은 국민이 고용한 일꾼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사회라면 정치가 하늘이 준 권력이란 생각은 잘못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러나 동서고금, 정치인은 특권층이란 생각에 젖어있는 정치인들 때문에 시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의 상권은 주인공이 현재의 모습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철학자이자 떠돌이인 우르수스는 늑대인 호모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혐오증을 가진 우르수스에게 가장 절친한 벗은 호모다. 17세기 영국에는 '콤프라치코스'라는 어린아이를 사고파는 집단이 있었다. 이들의 구매자는 힘들고 지루한 일상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처음엔 버려진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되었지만 수요가 많아지자 이들은 납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린 아이를 기형으로 만들어 왕이든, 귀족이든, 평민들의 거리든 웃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팔아넘겼다.

 

10세인 어린아이 하나가 무리로부터 버려져 인적 없는 눈길을 헤매고 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이 아이는 눈 속에 쓰러져 죽은 한 여인을 발견하고 아직 살아있는 갓난아기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 둘을 받아 준 사람이 우르수스다. 인간혐오증이 있는 우르수스는 '웃는 얼굴'을 가진 기형아와  앞을 보지 못하는 갓난아이를 자식처럼 키운다. 십 오년이  흐른 뒤 이 둘은 남매처럼, 부부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딛고 조금 행복해지려는 찰나다. 하권은 이 행복 찾기가 고난을 맞이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귀족들에게 평민이란 짓밟혀야 마땅한 잡초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대로 짓밟아놓고 그 보상을 돈으로 내놓는 귀족은 선한 사람이라며 칭송까지 받았지만 대부분 자신이 한 행동이 한 생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직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재미를 주는 부분은 앤 여왕과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언, 조시언의 정혼자 데이비드 경, 이 세 사람에게 모두 신임을 받고 있는 바킬페드로라는 인물이야기였다. 요크공작의 하인이었던 바킬페드로는 그의 주인이 왕이 되자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제임스2세는 폐위되고 그 역시 전락하고 만다. 이때 손을 내밀어 준 인물이 조시언이다. 조시언 덕분에 자리를 잡은 바킬페드로는 은밀하게 왕과 데이비드 경의 신임까지 얻고 그들 모두에게 상대방을 감시해달라는 특명을 받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 바킬페드로가 증오하는 사람이 조시언이다. 이것이 흥미로웠다. 죽기 직전의 자신을 살려 준 인물을 증오하다니. 그는 그 도움이 조시언의 희생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적선이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잉여분을 선심 쓰듯 던진 조시언의 행위에 날마다 분노를 쌓아가는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누구든 선행을 베풀 때 조심해야한다. 선행은 남아서 넘쳐나는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줄 때는 조심스럽게, 스스로 선행의 기쁨에 넘쳐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증오심을 갖기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간직하며 하권을 조심스레 펼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란 , 짝을 이루어 수레를 끄는 짐승일 뿐, 마부는 아니다. 투표에 부친다는 것. 그것은 곧 바람에 내던져 맡긴다는 것이다. 국가를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게 내버려 두기를 원하는가? 무질서가 질서를 건설하지는 못한다. 만약 카오스가 건축가라면, 그가 세운 건축물은 바벨탑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유라고 하는 것이 어떤 폭군인가!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은, 즐기고 싶지 통치하고 싶지 않아. 투표하는 것도 귀찮아. 나는 춤이나 추고 싶어. 모든 것을 도맡아 짊어지는 군주란 얼마나 고마운 구세주인가! (267)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그는 큰일을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들로 하여금 웃게 했으니 말이다. 또한 이미 말했지만, 웃게 한다는 것은 잊게 한다는 것이다. 망각을 나누어 주는 사람. 이 지상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4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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