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소설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19.12.16
맨스필드 파크
- 글쓴이
- 제인 오스틴 저
시공사
상당히 긴 분량의 소설이다. 이 작가의 글은 길다고 해도 읽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니 오히려 흐뭇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패니 프라이스 양. 잘 사는 이모 집으로 더부살이하러 온 소녀다. 이 소녀가 근사한 숙녀로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당시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낱낱이 알 수 있다. 시기로도 장소로도 지금의 우리 사정과 많이 멀지만 다른 모습은 다른 대로, 비슷한 모습은 비슷한 대로 비교하면서 읽는 맛도 있다.
사는 사정이야 우리네와 다르니 뭐라고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작가의 묘사와 서술에 놀랄 뿐이었다. 사건으로 정리한다면 그렇게 복잡하거나 긴 시간을 요구하는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속성과 태도를 이렇게나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당장 눈 앞의 현상을 글로 나타내 보라고 해도 쉽지 않을 능력이다. 이게 또 작가의 능력일 테지만. 어찌나 세세하게 써 놓았던지 사람마다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될 정도였다. 심지어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인물에게조차.
작품의 분량이 많고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담다 보니 당시의 세태에 대한 정보나 염려나 비판까지도 읽을 수 있다. 돈이 있는 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방식, 돈이 없는 집의 아이가 살아가는 모습, 장남과 차남의 차별 형태, 아들과 딸을 구별하여 가르치는 모습, 사교계라는 모임의 역할, 지극히 어려운 여행 과정, 성직자의 길 등 이 작가의 책에서 익히 본 내용들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 중 단연 으뜸은 주인공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찾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일 것이다. 정말 이 정도로, 주인공 만큼은 고민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할 일이다.
많이 조마조마했다. 기대도 많았다. 패니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삶을 선택해 나가는지. 작가는 어떤 장치로 패니를 시험할지. 너무도 궁금해서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결말을 먼저 들여다보고 말았다. 끝을 모른 채로는 더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알고 읽어도 여전히 패니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환경보다는 자신의 의지가 그 사람의 생을 이끌어가는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하는 소설이었다.
매끄럽지 않아 보이는 번역과 미처 교정되지 않은 맞춤법이 군데군데 거슬렸다는 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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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