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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위한시간
- 작성일
- 2019.12.18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글쓴이
- 로셀라 포스토리노 저
문예출판사
칠흙같이 어두운 검은색바탕에 쓰어진 빨간색 제목 그아래 가냘픈 여인의 형체가 상상되는 포크의 형상이 그려져있는 표지의 모습만 봐도 이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얼마나 암담하고 참혹할지 떠올라 책표지를 넘기는 나의 마음마저 괜시리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날 저녁 자우어가의 화장실에서 나는 내 오줌에 배어 나오는 아스파라거스 냄새를 맡으며 엘프리데를 생각했다. 아마 엘프리데도 변기에 앉아서 나와 같은 냄새를 맡고 있을 터였다. 히틀러도 볼프스샨체의 벙커에서 나와 같은 냄새를 맡고 있을 터였다. 히틀러의 오줌과 내 오줌에서는 같은 냄새가 났다. P.35
히틀러의 시식가가 된 여성 '로자자우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전 '왕의 된 남자'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왕의 음식에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리 왕의 음식을 맛보는 '기미상궁'이 생각났다. 과거의 왕의 안위를 위해 우리나라에만 존재했을거라 생각했으나 이책을 통해 또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서 놀라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따라왔다. 기미상궁과는 다르게 왜 어떠한 조건으로 인해 시식가로 자신이 선별되었는지도 모른채 위험한 업무를 맡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책은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나는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고 신발을 집어 들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신발을 신는데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목에서 망치질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자 친위대원은 나를 옷걸이 쪽으로 떠밀었다. 나는 코트를 집어 들고 대충 걸쳤다. 중략... 나는지금 내가 하는 일 빼고는 아무것도 누릴 자격이 없는 인간이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일, 독일을 위해 음식을 삼키는 일 말이다. 애국심 때문도 두려움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이유는 그래도 싸기 때문이다. 내가 그럴만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P .119
그녀의 남편은 결혼한지 1년이 채 안된시기에 군에 자원입대한뒤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던와중에 날라온 통보서,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내용을 담고있었다. 그 통보서를 받고 충격에 휩싸인 그녀. 하지만 그다음날도 로자는 어김없이 히틀러의 시식가로써의 역할을 하기위해 친위대원의 손에 끌려가는 장면은 너무나도 화가났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녀의 심정을 가늠해볼뿐 진정으로 그녀의 아픔이 어느정도일지는 감히 헤아릴수는 없을것만 같았다.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변태라고, 그레고어가 말했었다. 구역질이 또다시 맹렬히 온몸을 뒤흔들었다. 나는 히틀러의 음식을 토해냈다. 히틀러가 절대 먹지 않을 음식을 토해냈다. 목에서 새어나오는 듣기 싫은 신음 소리는 내 목소리였다. 인간의 소리 같지 않은 소리였다. 내게 인간적인 면이 남아 있기는 할까? P. 208
우리는 더러운 옷을 입은 채 식탁에 앉았다. 참을수 없는 악취가 났다. 우리는 숨을 참고 음식을 기다렸다.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포기하고 음식을 욱여넣었다. 첫날 그랬던 것처럼. 햇살이 우리들의 빈접시와 수척한 얼굴 위로 쏟아져내렸다. 나는 기계적으로 음식을 씹고 억지로 꿀꺽 삼켰다. P. 214
시식가로 활동하던 어느날 그녀가 먹은 음식으로 인해 식중독에 걸려 고생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충격 그자체였다. 그녀를 비롯한 모든 시식가들을 한곳에 가둬두고 그녀들은 화장실도 없는 그곳에서 양동이하나에 의지한채 구토와 뒷일을 해결해야만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아침이 되자 히틀러의 안전한 아침식사를 위해서 그녀들은 온전치 못한 상태로 또다시 아침식사를 받아들여야 했다.
주위엔 빈곤으로 인해 굶어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이 있는 반면 포만감에 익숙치 않아 시식후 배를 감싸는 시식가들의 모습, 히틀러의 음식을 먹어보는 시식가들의 삶의 모습, 히틀러를 추종하는 친위대중 한 남자와 본능적으로 연인사이가 아닌 어떤 사이라고 딱부러지게 표현할수 없는 위험하고 조마조마하게 이어져가는 둘의 관계, 먼훗날 그녀의 남편과 재회하는 모습을 통해서 전쟁과 절대권력의 통치로 인한 시대상으로 인해 겪게되는 나약한 인간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고통을 들여다볼수 있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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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