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날來

싱긋
- 작성일
- 2019.12.26
구체적 사랑
- 글쓴이
- 이서희 저
한겨레출판
# 관계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 최선을 다할 수는 있어도 최선을 보장할 수는 없다.
# 나는 타인의 사랑과 우정을 함부로 판단할 자격이 없다. 진심과 선의, 나눔의 기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의 진정성을 영속성에 기대어 판단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 타이르는 것이다(순간의 진심과 한동안의 온기도 있다).. 관계의 본질을 나의 주관과 해석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괄호 안에 넣어두라는 깨우침을 주었다.
# 사랑과 성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깊이 내면화해오면서 체득한 습관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행복해야 보람 있고 사랑받아야 가치 있다고 느낀다. 줄이 끊기면 추락하고 상대가 놓아버리면 허우적댄다.. 함께 구르는 사람을 연인 한 사람만 두지 않고 주변에 든든한 구르기 친구를 만들고 살면 좋겠다.
# 함께 성장하고 서로 격려하고 끊임없이 상대를 알고 배려하는 삶이란 성실함과 주의 깊음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나의 아이에게도 적절한 거리감이, 예의가 필요하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그 이상의 사랑과 존중을 주어야 한다.
# 인생에는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것. 선의도 악의도 없이, 별다른 실체도 없이, 내 머릿속에 만들어낸 환영에 가깝다는 것. 적절한 좌표를 찍어 정리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짓에 불과했다.
# 아이들은 나를 통해 세상에 도착한 것뿐이었다. 나는 그들이 잠시 통과해 나가는 작은 통로, 비좁은 세상이었다.. 나는 지나가는 한 자리, 되도록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는 한 자리가 된다면 최선일 존재였다.
# 어마어마하게 힘들지는 않지만 작은 상처처럼 거슬리고, 어떨 때는 인생을 온통 뒤흔드는 녀석들(지분거림들). 언젠가 나을 테지만, 괜찮아질 테지만, 해결될 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만, 당신은 나를 일렁이게 하는 것들. 위로의 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별다른 깨달음도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것들. 소음이 오가는 한낮의 거리처럼, 무음보다 더 적막한 느낌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 관계를 이어갈 사정보다 그만둘 사정이 더 많은 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그럼에도 가꾸고 보살펴야 할 인연이 있음을 알아보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밝은 눈이다.
# 누구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크건 작건 불균형한 정신과 아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상처나 환경으로 존재를 규정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우리 자신의 영혼마저 가난하게 만든다.
# 치유란 이뤄야 할 목표가 아니라 끊임없이 실천하고 익숙해지는 행위니까.
# 서로 귀여워하는 관계는 막강하다. 존재를 향한 너그러움과 연민이 함께할 때 우리는 잠시나마 안전과 자유를 동시에 느낀다.. 우리가 배우고 실습하고 익혀야 하는 행위이자 상태이다.
# 깊은 연민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사랑의 모호하고 때로는 굴곡 많은 지형과 달리, 연민은 가장 정확한 자리를 집어 아픈 사람을 품어낸다. 아픔을 즉각적으로 아는 것만큼 인간의 결속을 단단하게 만드는 건 없다.
# 이토록 무수한 나로 북적이는 혼자됨은 과연 내가 꿈꾸던 혼자됨일까. 나는 함께하는 대신 나로 소란한 혼자를 견디는 건 아닐까.
# 지금 당장 당신과 행복하지 않으므로 당신과의 관계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상대에게 나와 같은 리듬을 타야 한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누구나 다른 속도와 다른 방식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 독립성은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함께 있음으로 얻어진다는 것을 배우고 살아냈다.
# 그녀가 알고 꿈꾸는 사랑은 구체적이었다. 막연한 낭만과 행복으로 점철되는 과정이 아니었다. 몸이 익힌 돌봄과 나눔과 책임의 감각을 믿었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주변의 힘을 신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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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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