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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love9
- 작성일
- 2019.12.26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 글쓴이
- 한나 아렌트 저
한길사
(긴글주의/서평)
한길사에서 출판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Men in Dark Times)은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청역 근처에 있는 순화동천에서 책을 쭉 둘러보다가 표지 때문에 제목을 읽기도 전에 책을 들었다. 그때는 키르히너의 [베를린의 거리 풍경](Berlin Street Scene)만을 보고 무슨 책인지 궁금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바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책은 한나 아렌트가 챕터 별로 특정 인물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글을 써 내려간 구성으로 되어있다. 그 인물들은 브레히트부터 오든, 하이데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뛰어난 사람들이다. 각 인물을 챕터 별로, 마치 단편소설집을 상기시키는 구성이 맘에 든다. 그리고 표지가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다. “어두운 시대”라는 제목과 키르히너가 그린 1900년대의 독일 풍경이 잘 어울리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림 속 사람들과 아렌트가 챕터 별 언급한 인물들(물론 인물들끼리 아는 사이인 경우도 있지만)이 대치를 이루는 듯하다. 또한 키르히너의 그림에는 센터에 매춘부와 그 (남성) 고객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아렌트가 그린 인물들은 이들과 같이 당시에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받았을 것이다.
여러 챕터 중 제 8장,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에 대한 챕터에 집중하여 서평을 쓸까 한다. 나는 언제나 관심이 가는 철학자나 인물에 대해 생각할 때, 이들의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지, 이들에 대한 작품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다. 베냐민에 대해 매번 관심만을 품고 있다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베냐민에 대한 글을 먼저 읽게 되었다. 물론 아렌트 한 명의 의견이기는 하나, 그녀는 베냐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다양한 인용 등을 통해 베냐민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평가가 모두 포함시켰고, 그래서 읽기 정말 좋았다. 기억에 남는 인용문은 다음과 같다:
1) 명성은 사회적 현상이다. 우정이나 사랑은 한 사람의 의견으로 충분하지만
(세네카가 현명하고 현학적이게 말한 바와 같이) “명성은 한 사람의 의견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어느 사회도 분류기준을 갖지 않을 경우, 즉 등급과 일정한 유형에 따라 사물이나 사람을 배열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2) 우리는 비평가를 양피지를 앞에 두고 있는 고문서학자로 비유할 수 있다. 고문서학자가 원본의 서체를 해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듯이 비평가는 원본을 주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3) 은유는 세계의 조화를 시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다.베냐민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은 그가 시인이 아니면서 시적으로 사유했으며 은유를 언어의 최대 선물로 생각한 것에 있었다.
4) 보들레르는 “나는 유용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베냐민은 분명히 이 말에 동의했다.
5) 우리는 베냐민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극심한 동요로부터 정적인 것으로의 전환, 즉 운동 자체의 정적인 관념을 그의 모든 문장 이면에서 느껴야만 한다.
한길사에서 출판하는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처음으로 이번 책을 읽게 됬는데, 일단 하드커버라서 들고 다니기도 좋고 (무거울 수는 있지만 커버가 찢어지거나 꾸겨지는 걱정은 없다) 디자인도 예쁘다. 커버를 벗기지 않으면 명화가, 벗기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빨강 색이 보인다. 내부의 장점은 여백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고 완벽하게 적당한 양의 여백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다 생각나는 점이나 적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이 여백을 활용하기에 딱 이다.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상 서평 끝~!
#한길사 #한나아렌트 #한길그레이트북스 #어두운시대의사람들 #키르히너 #발터벤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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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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