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숙이의 독후감

봉숙이
- 작성일
- 2008.12.23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 글쓴이
- 이민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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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 둘 아님을 경험하며 현실에서의 나는 생각보다 작은 존재임을 깨닫곤 한다. 내 경우는 특히 그것이 심해서 굳게 믿었던 것들 대부분이 깨져버렸다. 그로 인해 내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불안한 상태가 되어 요즘도 함부로 어떤 가치관을 고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역시 경험으로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인듯 하다.
주인공 케이시는 마치 이런 내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 했다. 그녀 역시 혼란스럽고 불안했으며 그동안 자신이 알아온 가치와 현실에서 자신의 간극을 처음으로 느끼고 아주 많이 힘들어했다. 미국에서 이민자의 자녀로 자란 케이시는 이민자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고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온다. 부모는 자식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졸업하고 변변한 곳에 취직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케이시는 아버지와의 큰 갈등을 겪고 집을 나가버린다.
미국에서 자라고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온 그녀가 과연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것이 영예라기 보단 자신이 공부해서 얻은 정정당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보다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지만 그것 말고는 학교를 다니며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고 그 환경을 만끽하며 살아왔다. 명문 대학 학생들이 상류층으로 대부분 진입하므로 그런 문화 속에 속해있던 케이시는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현실에선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붕 뜬 상태가 된다.
현실에선,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을 꾸려나가기 힘들다. 현실에 맞추려면 이제껏 살아온 자신을 부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케이시의 모습에서 그 혼란스러움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머리로 그리던 현실과 직접 마주현 현실의 간극은 쉽사리 메꾸어지지 않지만, 케이시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그려왔던 현실에 가깝도록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혼란스러움도 끌어안은 채 말이다. 말미에 결국 그녀는 자기 힘으로 성취하지만 우습게 그토록 바래왔던 그 목표에 다다랐는데도 케이시의 마음엔 왠지 모를 찜찜함이 여전했다.
나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교포의 삶인데도 흡사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케이시의 혼란스러움이 어떤 것일지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이야기에 몰입하기도 쉬웠다. 나나 케이시나 머리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혀 본 적은 그닥 많지 않다. 특히 부모의 품에서 긴 시간 있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현실과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로소 마주하게 된 현실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머리로 그려왔던 현실은 그저 내 머리안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나를 작은 존재 취급하는 것에 쉽게 속상해했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며 오만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처를 거듭 반복하다 보니 난 세상 안에서 정말 작은 존재였고, 큰 대접을 받기엔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큰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큰 노력을 해서 성취한 것임을 이제서야 머리로가 아닌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일을 현실에서 마주할 것이고 또 넘어서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혼란스럽고 힘들겠지만, 그것이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내 방식대로 여러번 삽질(?)을 하더라도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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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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