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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 작성일
- 2020.1.27
초예측
- 글쓴이
- 유발 하라리 공저/오노 가즈모토 편/정현옥 역
웅진지식하우스
『초예측』은 세계 석학인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에게 인류의 미래에 관해 물은 인터뷰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조앤 윌리엄스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다수의 예측과 달리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이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앤 윌리엄스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이 힐러리에게만 쏠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가장 큰 패배의 책임은 40년이나 태만했던 민주당이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 패배 요인에는 트럼프 당선을 유도한 러시아의 여론 개입도 한몫했다. 코미 전 FBI 국장이 연방의회에 편지를 보내 이메일 스캔들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통보한 것도 작용했다. 그녀가 여성이었던 점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급에 대해 무지했기에 패배했다고 조앤 윌리엄스는 주장한다.
조앤 윌리엄스는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 계급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나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지 못해 좌절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인 노동자 계급은 전후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전체 미국인의 53퍼센트에 달하는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지금 그들은 세계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살 확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들 자신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지는 절망적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미국 내륙 지방의 몇몇 주에서 나온 7만 7000표 덕분이었다. 그 주들은 한때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였던 지역으로 백인 노동자들이 중산층을 형성하던 동네였다. 그들은 노동조합 소속으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이미 아메리칸드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1940년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미국인은 자기 부모보다 수입이 늘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화가 난 것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대체로 성장 일로를 걸었지만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낳은 막대한 부는 극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쏠렸다. 오히려 제조업이 몰락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빚을 지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백인 노동자 계급이 분노한 것이다.
백인 노동자 계급은 트럼프와 같이 자기 힘으로 재산을 축적한 부유층에 대해서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어낸 사람이라 칭송하며 경외심을 품는다. 그러나 근로자를 혹사하는 공장 감독, 간호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의사 등 전문직이나 엘리트층에게는 적대감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미국인이란 '나다운 나'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부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투박하고 직설적인 그 화법은 중산층 노동자 계급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트럼프가 기존의 엘리트들처럼 위선적이지 않고 진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젠체하며 돌아다니고 거드름을 피우며 독설을 내뱉는 트럼프의 골목대장 같은 행태는 지금껏 정치에 소외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트럼프는 그들의 일상 언어로 소통하며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했다.
반면 민주당은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에 트럼프에 졌다고 조앤 윌리엄스는 주장한다.
넬 페인터의 인터뷰를 보면,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트럼프 역시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오바마 대통령 이후 백인이 차별받는다는 피해 의식이 생겼고 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해 결국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매우 신선했다.
『초예측』은 8명의 석학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들을 접할 수 있어 훨씬 풍요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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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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