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책들[리뷰어클럽]

캡
- 작성일
- 2020.1.27
소크라테스의 변명·파이돈·크리톤·향연
- 글쓴이
- 플라톤 저
스타북스
문답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로 잘 알려진 소크라테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글을 읽다보니 역시나 오래 전 철학자의 생각이 담겨서 그런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책에 담겨진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비롯하여 "파이돈", "크리톤", "향연"은 특히나 대화체로 되어 있고 어느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이해가 어려웠다. 그래도 차근차근 내용을 살펴보면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사람들, 특히 그리스 아테네의 청년들을 찾아가 대화에 대화를 거듭하며 문답법으로 철학적 진리를 찾은 것을 알 수 있다. 책에 담긴 내용도 주로 거듭된 대화이고 소크라테스의 지인과 주변 철학자들과의 대화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아테네 시민들과 자신의 지인들, 재판관으로 임명된 사람들 앞에서 고발당한 자신을 변론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고발한 사람들의 논리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신의 근거를 대며 반론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말 등에 있는 등에"와 같은 존재로 비유한다. 그리스의 아테네라는 나라는 너무 살이 찐 말과 같이 둔해졌으며 이를 깨어있게 하려면 말을 못살게 구는 등에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그 역할을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받아 자신이 하고 있다고 변론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 일이나 집안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고, 아테네 시민 한 사람 한사람을 찾아다니며 아무런 대가 없이 덕을 위해 힘쓰도록 타일르며 다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변론 과정에서 재판관에서 벌을 면하게 해달라고 청원하거나 가족들을 내세워 동정에 호소하는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정의로 변론을 이어가면서 사형을 선고 받고 이에 따르겠다고 말하며 변명을 끝낸다. 변론 자체는 옳은 말이지만 듣는 아테네 시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살찐 말이라 비유하는 것이 기분 나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파이돈"에서는 소크라테스가 갇혀 있는 감옥에 파이돈을 비롯한 소크라테스의 지인들이 찾아오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소크라테스는 이들과 철학에 대해서 논한다. 의문을 많이 가진 케베스-[피타고라스 학파의 철학자]와 많은 문답을 하는데, 소크라테스의 사후 세계와 영혼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아울러 대화를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죽음을 앞둔 사람치고는 너무 태평하게 철학에 대해서 논하는 점이 안타깝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이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돈도 아깝지 않다고 하며 매수나 타국에 대한 망명 등 불법을 통해서라도 소크라테스를 살리고자 한다. 이에 대해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생명이 걸렸음에도 크리톤의 말이 부당하다며 오히려 자신의 죽음이 정당함을 논박한다. "국법"이 자신에게 말하는 형식을 빌어, "소크라테스의 목숨, 자식, 그 밖의 어떤 것도 정의보다 앞서는 것이 될 수 없네. 지금 소크라테스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것은 국법이 아닌 인간들이 누명을 쒸웠기 때문이지만, 옳지 못한 방법으로 부정에 대한 앙갚음을 하고, 이제까지 동의하고 약속했던 것을 어기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나라와 법률을 어지럽히고 떠난다면, 국법의 노여움을 살 것이며 저 세상에서도 그곳의 법률이 소크라테스를 맞이할 때 기뻐하지 않을 것이네"라고 하며, 국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순간에도 정의를 위해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철학자의 죽기 직전 정의에 대한 신념이 "크리톤"에서 펼쳐진다.

"향연"은 아가톤[비극 작가]의 집에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도 소크라테스는 아가톤과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문답법으로 에로스에 대한 정의를 찾아간다. 소크라테스가 질문하는 방식은 우선 "아가톤, 자네가 연설할 때 먼저 에로스의 성질과 그 업적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 말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네"라고 상대방의 발언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인정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에 "에로스는 무엇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가?"라고 물어보며 물음과 답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합이한 것을 다시 한번 살펴보세"라고 중간 정리를 한다. 그리고 다시 문답을 반복하면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런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이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데 이런 부분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어려운 책에 중간중간 소크라테스의 대화 장면이라던가 플라톤의 초상이라든가 혹은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 신 등 관련 그림을 넣어주었으면 어려운 책이 좀 더 다가가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해설이 초반 머리글 이외에는 없고 대화가 반복되어 다소 어지러운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을 살리고자 한 출판사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놓고 그의 사상을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로 문답법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정의를 비롯한 그가 중요시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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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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