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그리움
  1. 새로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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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글쓴이
마커스 드 사토이 저
반니
평균
별점10 (9)
더딘그리움

아이들이 엄마 품에 안겨서도 공포영화를 보는 장면은 상반된 욕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해석하기를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필수적인 욕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인간이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작고 힘없는 개체인 아이들은 같은 개체들이 어떻게 죽거나 다치는 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어야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공포심을 무릅쓰고라도 볼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후에 자신이 위험을 벗어 나는데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성인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리스토텔레스도 '형이상학'에서 '무언가를 알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천성이다'고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태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고, 어쩌면 당분간은 알 수 없을 것들에 대해 쓰인 책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수준이라 불과 40~50년 전과 지금만 비교해도 달라진 것들이 너무 많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는 대형 강입자 가속기를 통해 이론상으로만 존재했으나 실체를 밝히지 못했던 '힉스'입자를 발견했고, MRI의 등장으로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03년에는 인간의 DNA를 해독해냈고, 수학에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푸앵카레의 추측이 증명되기도 했다. 한번 밝혀진 이론은 대체로 바뀌는 법이 없지만 반대의 증거들이 나오면 하루 아침에 종이조각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수학에서만큼은 진실로 판명된 것은 실제 진실이라고 했지만, 러셀의 경우만 해도 '러셀의 역설'을 통해 프레게의 논리를 무너뜨렸고, 그의 이론 역시 후에 괴델에 의해 붕괴되기도 한다.


어찌됐건 우리는 무한히 확장되는 지식과 또 전복되는 개념들, 새로 발견되는 이론들 틈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한켠에는 우리가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는 무한한 미지의 것들이 있다. 저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95.1%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빅뱅 이전의 우주,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을 입자,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 인간의 기원, 여전히 풀지 못한 수학의 미스테리들, 인공지능의 미래 등을 예로 든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여태까지 인류가 발견하고 연구해 놓은 결과물과 앞으로 답을 구해야 할 것들을 '경계'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정치가 도널드 럼스펠드는 '알려진 지식'과 '알려진 미지'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실조차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모르는 것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가 알아야할 비밀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게 한다. 때문에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질문은 '이 우주에는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과 관련있는 여섯 번째 경계 '챗봇 앱' 챕터가 흥미로웠다. 우리가 챗봇에 '너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느냐.'라고 질문하면, 챗봇은 '저는 분명한 길이 좋습니다. 저는 자유의지를 선택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문제는 그것이 사람이 하는 답과 단말기가 하는 답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컴퓨터의 난수는 특정한 알고리즘을 거쳐 답하는 방식이므로 예측이 가능하며, 자유의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양자 역학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튜링테스트는 건너편에서 답을 하는 것이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면 이를 지능 가진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컴퓨터는 정해진 알고리즘 내에서 답하는 것일 뿐이며 이를 이해시키고자 존 설의 사고 실험을 소개한다.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 사람이 단어와 책을 보고 옆방의 중국 사람에게 답을 적어 쪽지로 준다면 건너편 사람은 내가 중국말을 모르는 지 모르고 중국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하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아무리 그럴싸한 답을 한다 한들 사고를 한다거나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시뮬레이션 하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신경생물학자 코흐는 블랙홀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해서 주변의 사물을 빨아들이는 것을 볼 수는 있겠지만 정작 컴퓨터 주변의 시공간은 휘어지지 않는 것처럼, 뇌를 완벽하게 흉내낼 수는 있어도 그것은 뇌를 흉내내는 것일 뿐 스스로 생각하는 어떤 것일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의식 있는 존재와 좀비를 영원히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분야가 생각보다 깊이 있는 내용과 지식을 담고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곁에 두고 한 챕터씩 읽어본다면 분명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을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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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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