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북
  1. 인문/사회,과학,IT,자기계발

이미지

도서명 표기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글쓴이
윌 듀런트 저
유유
평균
별점8.2 (18)
유유자북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느닷없이 던지는 낯선 이의 절박함을 어쩌지 못했다는 저자의 회고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사실 왜 자신을 삶을 타인에게 결정지어주길 바랐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로워진 책이다.


사실 우린 답을 찾기도 전에 끊임없이 산다는 '것'에 질문을 늘어놓는다. 늘 새로운, 어쩌면 새롭게 포장됐지만 같은 질문을 말이다. '왜 살지?', '잘 살고 있는 걸까?' 같은.


그래서 이 책이 그런 불안한 삶에 대한 철학을 살짝 가볍게 해주길 바랐다. 세계 100인의 지성에게 삶의 철학을 묻는다니 기대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삶에 정답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지성이라니 분명 뭐가 있지 않을까.


1930년 대에 기획되고 출판된 이 책이 소멸하는 것이 안타까워 재발행을 결심했다는, 이 책이 비록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거나 삶에 이미 지친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거나 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삶에 진지한 질문에 대한, 삶에 도움이 될 무언가 하나쯤은 건넬 수 있다는 편집자의 확신과 비장함이 설레게 한다.


그리하여 듀런트의 삶의 철학적 질문 7가지에 대한 답을 듣는다.




그가, 듀런트 자신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인류의 생존을 고작 '울프 부인'의 발정과 새끼를 떨구는 사이클로 보는데도? 게다가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그것도 희한한, 갖게 되는 모든 생각은 망상이고 거의 모든 인식은 편견일 것이라 보는데도? 살짝 빈정 상한다.


"자연은 인간과 벼룩 중에 어느 한쪽을 편애하지 않는다." p37


듀런트가 세계 지성들의 편지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아 이렇게 진지하게 비관적인 현대 인류와 문명을 고찰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페이지가 넘어가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매미의 우렁찬 울음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대는 문장에 잠시 고개를 든다.




"우리는 산아 제한을 발견했고, 그리하여 지성인은 불임이 되고 무식자는 증가했으며 사랑은 방탕으로 가치 절하되었다. 교육자는 좌절하고 선동가에게 힘이 실리고 인류의 상태는 저하되었다." p44


나는 지성인 혹은 무식자 어느 쪽의 후예이며, 내 사랑은 과연 방탕한가? 하여 내 아이들은 그 소산물인가. 꽤 불편한 의미론이지 않은가. 당시의 사회상이 남성 중심의 절정이었다는 걸 인식한다 하더라도 이런 저급한 차별적 발언은 목구멍 속 이물감처럼 불편하다.




앙드레 모루아의 답변,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일 뿐이다."라는 삶에서 보면 이보다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또 쓸모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재단하는 일을 극도로 혐오하는 현대의 흐름과는 다르게 뉴욕 타임스 발행인인 아돌프 옥스는 '부모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기쁘고 만족스럽고 그런 쓸모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서 행복과 위안을 얻는다.'라고 적고 있다.


그 시대와 현대가 인간 효용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측정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타적 행동이 '쓸모'로 평가될 수 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오늘의 쓸모가 좀 더 팍팍한 현실에 개인적 집중을 불러온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주목하게 만든 편지는, 편견일지도 모르지만(또 듀런트도 그런 뉘앙스를 표현했지만) 바로 종신형 죄수 79206번의 답변이다. 그 어느 지성인보다 높은 철학을 보이고 있다.


삶이란, 감방 안이나 밖이나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디서 건 흥미롭고 가치로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다. 아울러 행복에 관해서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야 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모두 행복해야 한다. (…) 행복은 인종, 경제 상태, 사회 계급, 지리적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니다.(p168)"라고 하고 있다.


이 철학자를 보면 듀란트가 언급한 지식인의 불임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 교육자도 아닐뿐더러 노동자도 아니고 심지어 죄수 아닌가. 이런 그는 어느 층에 분류되어야 하는지 듀런트 입장은 어떠했을까.


이 책이 철학과 사상이라는 딱딱한 주제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이유는 듀런트의 필력이라기보다 번역의 매끄러움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덕분에 기분 좋은 철학적 사유의 시간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유유자북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6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5.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1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0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8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