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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글쓴이
조지 오웰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 (107)
파란자전거

동물농장,1984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저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 조지 오웰의 연보는 위의 책을 읽을 때마다 빠트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작가의 일생이 잘 연결되지는 않았다. 조지 오웰이 쓴 많은 에세이 중에서 29편을 가려 뽑아 출간 순서로 정리하고, 글을 발표했을 때의 상황을 짧게 정리해 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은 잘 알려진 위의 책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글을 남겼다. 출간 된 책은 11권이지만 서평과 칼럼 등 많은 에세이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의 표제작이 된 <나는 왜 쓰는가>는 워낙 유명한 에세이지만 나머지 28편의 글도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조지 오웰은  평생 '전체주의에 맞서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한 용감한 작가였다.

 

조지 오웰은 공무원인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가기 힘든 사립학교 세인트 시프리언스에서 6년을 공부한 뒤 영국의 명문 사립 이튼의 장학생으로 선발 된다. 8~13살 동안 집을 떠나 기숙생활을 한 이때의 경험은 <정말, 정말 좋았지>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귀족과 부자들이 많은 돈을 내고 교육을 받는 곳에서 무상교육을 받았던 어린 에릭(조지 오웰의 본명)은 학교장 부부의 차별과 학교생활의 불만을 '두려움'으로 표현했다.

 

명문 이튼에 진학한 에릭은 이튼 졸업생으로는 유일무이하게 대학 진학 대신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로 가서 제국 경찰 일을 한다. 5년 동안 식민지에서 압제자 편에 서 있던 오웰은 자신의 삶에 괴로움을 느낀 뒤 경찰에서 나와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그의 첫 책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출간하기까지 노숙자 생활을 비롯한 밑바닥 삶을 경험하며 작가적 소양을 키웠다작가로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질 때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이념인 '전체주의에 맞서'는 것을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동물농장,1984의 대성공으로 작가로서 명성을 얻고 경제적 안정을 얻었지만 건강은 악화되었다. 195047세의 나이로 조지 오웰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은 70년이 지난 현재도 세계인들이 읽고 있으니 그가 쓴 아래의 글은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긍극적으론 문학작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느냐 말고는 없다.<리어, 톨스토이 그리고 어릿광대>

 

이 책에 수록된 에세이를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조지 오웰의 생애가 그려지는 것은 물론 그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든 억압받는 이들이 없기를 바랐다. 한 번뿐인 삶을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 조지 오웰은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증명하려했고, 글로써 호소했다.

 

조지 오웰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정치와 언어가 좌우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정치는 선한 쪽으로, 글은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간결함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나는 왜 쓰는가>에서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한다.

 

1. 순전한 이기심

2. 미학적 열정

3. 역사적 충동

4. 정치적 목적

 

이 중에서 자신은 앞의 세 가지보다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말한다. 시대적 상황이 (식민지, 세계대전, 히틀러 등장, 스페인 내전 등)자신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고 하며 자신의 글은 어떤 것이든 이 정치적인 것을 먼저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와 글은 분리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정치적 노골성을 글에 드러내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경계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300, <나는 왜 쓰는가>

 

아래의 글은 <정치와 영어>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당시 발표된 글쓰기의 잘못된 사례를 열거 한 뒤 적어도 이런 사항을 고려해 글을 쓴다면 나쁜 문장을 쓴다는 평은 듣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쑬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조지 오웰이 말한 대로 표현하자면 나는 이 책이 좋았다.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가 온몸으로 시대를 살아가는 정직한 모습이 좋았고, 거대한 물살의 반대편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감성이 좋았다. 지금까지는 동물농장,1984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1984이 좋다고 할 것이다.

 

나는 시절이 아무리 좋을 때라도 문학평론은 사기라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왜냐하면 공인되다시피 한 기준 같은 게 없는 한 모든 문학적 판단은 본능적인 선호를 정당화하기 위한 규칙을 꾸며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 대한 진정한 반응은 주로 '나는 이 책이 좋다' 거나 '나는 이 책이 싫다'는 것이며 , 그 뒤에  따라붙는 것은 합리화일 뿐이다. 438 <작가와 리바이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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