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My Reviews]

토모
- 작성일
- 2020.2.4
소크라테스의 변명·파이돈·크리톤·향연
- 글쓴이
- 플라톤 저
스타북스
10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필사용으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라 고민 끝에 선택하고 힘들게 필사 했던 책이다. 한 자 한 자 내용을 따라서 적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질문에서 질문으로 이어지는 끝이 없는 대화에 놀라며 진짜 어렵다.. 라는 것이 어렴풋이 남는 이 책에 대한 기억이다.
들어가기 전에 4개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소크라테스의 변명 편'과 '파이돈'을 볼 때는 특히 파이돈의 경우 진도가 나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전자의 경우 고발 내용을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다.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고발인들의 말하는 '하늘 위의 것'은 무엇이고, '지하 아래의 것'은 무엇인가.. 만으로도 벅찬데, 고발 내용 자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지어 반박할 수 없는 소크라테스의 자기 변론후에 그를 사형시키자는데 찬성하는 표가 더 늘었고, 그에 대한 재판관들의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어느 역사 선생님이 강의에서 지금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 시대의 내용은 그 시대의 시선에서 바라봐야(즉, 그 시대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한 내용이라는 말) 된다고 했던 말이 수시로 떠올라서 책장을 마지막까지 넘길 수 있었다. 파이돈의 경우 사형 직전 그의 친구와 제자들의 대화를 들려주는데, 등장인물이 많아 등장인물들을 메모해서 보지 않을 경우 잠깐 한 눈 팔면 흐름이 끊겨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 하면 대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로 알려진 ~~' 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소크라테스'하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른 말로 '산파술'이라고도 일컫는 다는데, 산파가 산모 옆에서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는 것처럼 끊임없이 질문하여 답변자가 무지를 자각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 방식으로 국.내외 대학교 강의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한 대화 속 질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집중을 해서 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질문이라는 것은 요즘말로 1도 몰라서 하는 질문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속에서 새로이 생겨나는 질문이 있는데, 이 책 속의 질문들은 후자에 속하고 그 질문들은 하나의 논제를 두고 바라보는 질문자의 사상과 그 질문을 경청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의 핵심은 질문이 아닌 '경청'에 있는 것 같다. 이는 '모르는 것'을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 의견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없는 것이고, 질문이 질문을 낳을 수 있는 것이며, 답을 하는 자 역시 주눅 들거나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논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소크라테스가 사형 직전(이 때 교도관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에게 말을 많이 하지 못하도록 한다. 말을 말이 해서 흥분하게 되면 사형집행에 쓰이는 약이 배로 든다고.. 나는 이 때 역사 선생님의 그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했다. --;) 그를 따르는 자들이,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고 그와 함께 죽음에 대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기게 된다.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게.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토론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가장 나쁜 병폐이네..." (p.138, 파이돈 중에서)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좋은 논문의 서론처럼 책 머리말에 4개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기술되어 있어 해당 부분을 읽기 전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부분을 어떻게 읽어야 될 지 반복해서 확인하고 난 뒤 본론 부분을 부담 없이 읽어 나갈 수 있었고, 매 페이지 하단에 간단 명료하게(1줄 이내) 표시된 주석문들이 메모 하고 모르는 내용 확인하기 위해 중단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문장의 조사 부분에 있어서 빠지거나 오타가 종종 보여서 내가 잘 못 읽은 건가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해야 했던 부분이다. 동일한 책의 다양한 번역서가 많은 만큼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이 책의 경우 로스쿨에서 독서 에세이용 필수 도서이기도 하고 사법연수원 연수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법학도는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공부나 앞으로 해야 될 일에서 법학 분야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라 선뜻 집어들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도 필독서로 생각하고 있던 책이다. 우연하게도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솔직히 여전히 많이 어렵다. 앞으로 틈틈이 몇 번은 더 읽어보려고 한다. 같은 책의 다른 버전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어 이번은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 게시글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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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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