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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북
- 작성일
- 2020.2.7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 글쓴이
- 도란 저
원앤원북스
언제나 퇴사를 꿈꾼다. 늘 조직이라는 꽉 막힌 곳에서 업무를 자기 계발서처럼 탐독하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금세 지치고 읽기 싫은 책을 선심 쓰 듯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처럼 웃으며 업무를 동료에게 떠넘기며 때로는 주는 것에 떠블로 받는 관계를 맺는다. 간혹 진심이 있을지 모르나 기본적으로는 등 돌리면 남일지 모르는 관계.
퇴사는 꿈꾸면서도 정작 프리랜서를 꿈꿔보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퇴사와 백수는 한 몸처럼 여겨지다 보니 퇴사는 막막함이었다. 프리랜서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작가의 마처럼 '어차피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사는 일'이라면 백수보다 프리랜서가 좀 있어 보이므로 오늘부터 퇴사가 아니라 프리랜서를 꿈꿔봐야겠다.
입안에서 작게 굴려지는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왠지 좋다. 진짜 있어 보인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다음 선택이 다시 회사가 되었다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p7
직장인에서 그것도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탈피하는 마음가짐이나 어찌 일감을 구해 생계를 유지하는지, 프리랜서는 고용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이니 임금 체불이나 떼이더라도 고용노동부는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 같은 각자도생에 필요한 것들을 소소하게 담고 있다.
아, 프리랜서의 장점이 마음껏 아플 수 있다는 것이라니 웃프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게 참 맞는 말이다 보니 공감을 넘어 내 감정은 더 침잠한다.
웃픔이 리바이벌되는 장면은 남편이 철 없이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고 한 말을 곱씹는 내용이었다. 작가가 남편으로 빙의해 자신의 고단함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적은 내용에서 자신의 가사 노동이 인정받지 못함이나 프리랜서로서 직업이 편한 일로 취급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고스란히 그러면서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아 살짝 치사스럽고 유치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으려면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p109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일이 있던가를 생각한다. 굳이 지키려 애쓰다 다른 무언가를 잃은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면, 살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려 그다지 애쓰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잃거나 놓치거나 지나쳐도 관계없는 나는 어쩌면 꽤나 무심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되려 내가 상처받았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지킨다는 일. 그게 밥줄뿐이라면 참 인생 서글플 텐데 내가 꼭 그런 것만 같아 기분 진짜 별로다.
"그저 주어진 대로 나이 먹어가는 아저씨가 아니었다." p161
나는 그저 주어진 대로 나이를 먹어 가는 아저씨일까. 예전 디자인 강의를 할 때는 수강생들이 다들 아프고 흔들리는 청춘들이라 차림새가 자연스럽게 그들과 비슷하게 하고 다녔다. 그 덕에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지금은 회사에서 지급되는 흐리멍덩한 회색빛 잠바나 바람막이를 교복처럼 입고 출퇴근하다 보니 이제는 외모에 노력이나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 이대로 주어진 대로 나이를 먹고 있었나 보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쫄깃해지면서 조마조마했다. 혹시 그들의 불편한 삶을 보면서 불쌍하다고 하면 어쩌지? 혹시 안쓰러움에 도와주고 싶다거나 그래야 한다고 힘주고 말하면 어쩌지?라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상황이나 처지만 보고 장애인이 불행하다고 속단할까 봐 빠르게 뒤 문장을 서둘러 읽으려 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입장, 처지에서 보면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가 불쌍하다거나 불행할 것이라든가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일 뿐이고 행복이나 삶의 기준은 각자가 다 다르다. 그들은 불편은 해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그러하므로.
불편한 것은 이해하되 불행하다고 단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 그런 불편함이 덜어지도록 함께 개선해 나가면 된다. 그들을 돕거나 배려한다는 입장은 그들이 할 수 없거나 할 수 있는 게 적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감정은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해야 한다.
정규직 9년과 프리랜서로 5년이라는, 그 깊이와 넓이 그리고 느낀 감동은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글 쓰는 일로 먹고산 밥그릇 수만큼 할 이야기도 많겠지만 정규직을 박차고 나와 5년간의 성적표가 해사하게 웃는 얼굴이라는 말에는 비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의 대시보드 위에서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는 인형처럼 강력하게 공감된다.
나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동원해야 하는 정규직이다. 하지만 언제쯤 해사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살짝 답답하지만 프리랜서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던 책이다.
컬처 300으로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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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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