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Mind Control)

키미스
- 작성일
- 2020.2.8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글쓴이
- 다미 샤르프 저
동양북스(동양books)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어렴풋한 기억속에 내가 생각하는 '나'는 호기심도 참 많았고 할말은 반드시 해야하면서도 늘 어른들의 눈치를 살폈던 것같다. 것도 꽤 많이. 말은 꼬박꼬박 잘했지만 기억에도 없는 꼬꼬마 시절-엄마님 말씀으론 왕자와 공주 인형을 갖고 싶다고 졸라서 사줬다고 한다-을 제외하곤 정작 그다지 뭔가를 갖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고 내 의견을 강하게 표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같다. 나까지 힘들게 하면 안되니까, 나라도 참아야지... 아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렇지만 어른들에게서 들은 '나'는 순진하고 착하면서도 고집이 세고 말대꾸를 잘하고 그러면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걸 통틀어 어딘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같다.(지금은 내성적이라는 의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헌데 그런 '내성적'이란 말보다 지금까지도 잊혀지지않고 또렷이 기억나는 일과 들었던 말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대답을 잘 못했던 거 같다. 빤히 쳐다보더니 대뜸 그런 말을 던지셨다.
'누구누구는 말은 참 재잘재잘 잘하는데 알고보면 '헛똑똑이'라고...'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그 일 이후로 어쩐지 의기소침해진 나는 말수가 줄었고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게 되었었다. 정말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한데 그땐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던 듯하다. 이렇듯 어린 시절의 나를, 상처를 혹은 기억조차 못하는 트라우마를 서서히 끄집어내어 깨달음과 조언을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고통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진짜 문제가 우리의 기억 속, 마음속, 그리고 몸속에 꼭꼭 숨어있기 때문(p10)이라고 한다. 그런 걸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데 그 '트라우마'에 대해 알아보면...
'발달 트라우마' 이것은 주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극단적인 사건이나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무지나 선입견, 능력 부족 때문에 벌어진다. p18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24
트라우마 사건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며 흔적을 남긴다. 비일상적인 사건으로 생기는 것이 쇼크 트라우마이며 자신만의 경계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발달 트라우마이다. 전자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좋은 느낌의 공간이 습격당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의 사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조차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침범당한다는 차이가 있다. p230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 어린 시절에 형성된 '트라우마'가 삶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헌데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활동을 뇌와 자율 신경계의 조정을 받는 우린인데 자율 신경계로 그 차이를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한 자율 신경계는 무엇보다 유연하게 반응한다. 상황에 따라 양쪽으로 왔다 갔다 움직이면서 몸이 적응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진동 폭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 폭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바로 자기 조절 능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p37~38
나는, 우리는 '아니오'를 잘 말할 수 있는가? 대부분 '아니오'보단 '네'라는 대답을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기 제법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니오'는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p107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자신에게 '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중략)...'아니오'라고 의사표현을 하면서부터 우리는 점점 스스로에 대해 감정을 갖게 된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다. 나는 너와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자기감정이 발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p107~108
좁디 좁은 '마음이라는 상자'에 겨우겨우 집어넣는 것도 모자라 억지로 욱여넣기까지 하는 '감정'이 많다. 특히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같음을 받아들이라고 강요받는다. 해서 다름을 말하기 보단 아닌데, 다른데, 결국 같은 '척'을 하게 되고... 상자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정말 터져버리거나 탈탈 비워버리는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고.
저자는 '머리'로만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몸'으로 느끼라는 조언을 해준다. '몸'이 포함된 대화를 나누라고.
"지금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지금 말씀하실 때 흉곽이 경직되는 걸 느끼시나요?" p164~165
모든 감정은 몸의 감각을 해석하면서 비롯된다.
그런데 몸의 감각은 지속되면 무뎌진다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견딜 만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몸의 감각은 발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무뎌진 신체 감각을 다시 느끼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있는 그대로 신체 감각을 느끼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p169
날마다 내가 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뇌에 저장하는 연습을 하자.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은 긍정적이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p195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느끼고 몸과 감정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p38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면서 살자. p195
***
여러 책에서 보고 듣기를... '누구나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를 보다 더 가까이에서 잘 알게 해줄 것 같은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만나본 느낌은 지금까지의 마음 관련 책들과 비슷한 부분-머리가 아닌 몸으로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등-도 있지만 또다른 시각에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입었을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와 몸(신체)을 통해 그러한 트라우마를,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는 내 마음 상태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면밀히 깨닫게 해주었다. 즉, 찾을만하면 놓쳐 어디에 어떻게 있는 지도 잘 몰라서 차근차근 살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내 맘 속 그 '아이'를 만나 손을 잡게 해주고 '그때 그래서 그랬지?'하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기분이 들었달까? 그리고 결정적인 건...!
지금까지 종횡무진 내달리던 욱-하는 마음에 '브레이크'가 확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욱-하는 마음에 급작스럽게 요동치는 심장을 가진 몸을 어느새 나는 차를 세우듯 끼이이이익-! 멈춰 세우고 있었다.
그래! 지금 나는 화났어!!
...하지만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엥? 그러고보니...
...이런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아무리 다그쳐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는데...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만 느낌이 좋다. 왠지 지금이라면 계속 멈출 수 있을지도?
나쁜 아이는 없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으니 자꾸만 심통을 부리고 화를 내는 것뿐이다. 보아달라고, 들어달라고, 믿어달라고...
물론 객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앞서 읽은 여러 책들의 조언들이 켜켜이 쌓여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뜻밖에도 내 상처가,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기인하게 된 것인지 비로소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되었달까? 아니 불같이 화를 내던 그 아이가 이제서야 겨우 이해받고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알겠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도 돼...'라고.
내내 떼를 쓰며 울음을 그치지 않던 그 아이가 울음을 그치려 하고 있다. 이제 겨우...
조금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더 파이팅...!!
혹시 당신의 어린 시절이, 그 아이가 울고 있나요? 아님 그런 것 같은가요?
그렇담 꼬옥 만나봐요...! 더는 혼자서 계속 울지 않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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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