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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선인
- 작성일
- 2008.12.31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 글쓴이
- 허남혁 저
책세상
이런 이야기가 있다. 중국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어서 내장이 육장이라 부르고,일본사람은 생선을 많이 먹어서 내장을 어장이라 부르고, 우리나라 사람은 채식을 많이 해서 채장이라 부른다는 말이 있다. 그 지역에서 주로 나는 것들을 먹으면서 그 민족의 신체적인 변화와 민족적 특질도 드러나는 말이라 할 것이다.
서양 속담에는 “I am what I eat"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나는 내가 먹는 것이다’라는 말이고 의역하면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내가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서 내 존재와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의미인데, 1825년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라는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는 자신의 책 <맛의 생리학>에서 ”당신이 어떤 것들을 먹는지 알려주면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드린다“고 써 있다. 특히나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 나아가 먹는다는 건 내 모든 것, 즉 내 물질적 존재와 정신적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단다.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서 우리들은 그 지역의 문화적, 공동체 의식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제목부터 다소 충격적인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허남혁 지음 책세상]이란 책은 우리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먹을거리를 단순한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과 윤리적 도덕적, 문화적 관계와 정신, 의식,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까지도 규정하고자 하는 게 이 책의 요지이다.
2008년 상반기 우리들은 광우병 사태로 인해 서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시위를 기억할 것이다. 최근 일어나는 조류독감 발생,GMO(유전자 변형작물) 문제, 옥수수로 원료를 삼는 상황 등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우리들의 관심을 촉구하는가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먹는 것들중 많은 것이 자연과 관계면에서 생태계를 유지시킬수 없고 농민생산자와 관계에서 대부분 농민들을 빈곤하게 만든다는 점등에서 공정하지 못하고 비도덕적 비윤리적인 면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대안을 생각해 주고 있다. 많은 읽을거리와 흥미로운 문체와 더불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점들이 풍부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평소 먹을 거리에 대한 관심도 많고 먹는 즐거움을 흠뻑 알고 있는 나에겐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중국 사서 史書 중 반고가 지은 [한서 漢書]에 보면 민위식위천 民爲食爲天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와 유사한 구절이 본 책에도 나온다. “밥을 먹는 것은 곧 하늘을 먹는 것 食天主‘라는 부분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고 재미있게 여기는게 이 먹는 다는 사실인데, 현재처럼 다양한 먹을거리들과 비례하여 밥상을 위협하는 화학첨가물등을 위시해서 유전자 변형식품등의 문제도 함께 도사리고 있다.
이 문제들을 이 책에서는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와 함께 잘 정리된 편집과 재미난 일러스트는 이해를 돕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생태적 윤리적의 바람직한 먹을거리 관계망을 제시하는 부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쪽 정도되는 아담한 분량이라 쉽게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지만, 어느 부분 하나 곱씹어보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 없을 정도로 내용면에서는 굉장히 충실한 편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결국에 이것을 극복해 내리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미FTA 협상과 광우병 위험 소 수입 등에 대한 문제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조정되거나 해결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식량 배급문제의 불평등과 부조리로 인해 굶주리는 전세계 13억 우리 인류형제들에게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전해주는 게 지금 나에게 당면한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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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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