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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글쓴이
리처드 도킨스 저
을유문화사
평균
별점9.1 (443)
파란자전거

1976년 출판 된 이 책을 40년 기념판 19쇄로 읽었다. 코스모스와 이 책을 연이어 읽은 소감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대폭발이 우주를 만들었다. 우주는 지구를 만들었다. 지구는 인간을 만들었다. 그 인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유전자다." 이과 지식이 거의 없는 내가 살기 위해(^^)과학 도서를 찾아 읽다가 이 분야에 약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전문 분야의 대중서가 필요한 이유는 동시대인들이 함께 진보하자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두 책을 읽고 난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찰나의 삶을 살고 있는 인류가 서로를 미워하고 다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유전자다. 유전자의 목적은 오직 하나,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이타적일 때 살아남을 확률보다 이기적일 때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크다.

 

초판 서문에서 저자는 생물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을 고려해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의 바람 이상으로 이 책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구성은 전체 13장으로 되어있다. 처음 출간 되었을 땐 11장이었으나 개정하면서 두 개의 장을 추가했다고 한다. 10장까지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면 11장은 저자 자신이 만든 신조어 밈(문화의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으로 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사는 이유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다. 모든 생명은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것 정도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업무를 처리할 생존 기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의 제목만 본 독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내용 중의 하나는 유전자와 개체의 동일성이다. 저자는 유전자의 이기성과 개체의 이기성은 다르다고 설명한다.'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이것을 위해 개체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부모가 새끼들에게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을 들고 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동물의 행동들도 이기적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답을 정해놓고 보면 해결이 된다. 혈연자에 대한 이타성,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 집단생활을 하는 것 등을 우리는 개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이 모든 일들이 유전자의 지시를 충실히 지키고자하는 생존 기계의 충성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심 있게 본 것은 '어떤 암컷이 일꾼이 되느냐 여왕이 되느냐는 유전자가 아닌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는 내용이다. 또 평소 알고 있는 여왕이나 일꾼의 지위를 다르게 해석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직접 새끼를 낳아 유전자를 퍼트리는 것보다 대리인을 시켜 유전자를 퍼트리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경우 일꾼들은 여왕개미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이지, 노예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11장은 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인류의 문화 역시 유전자처럼 자신을 복제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자 전달과 비슷하고, 유전자가 진화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도 진화한다.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한다면 문화는 모방을 통해 확산된다. 오늘날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밈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갖고 있는 화장실이 숫자보다 휴대폰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이 이것을 증명한다. 세계인은 sns를 통해 서로를 공유,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불멸에 있다면 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생존 기계)는 잠시 왔다 사라지는 운명이지만 유전자와 밈은 불멸을 지향한다.

 

12장은 마음씨 좋아도 1등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타적인 사람은 이타성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라고 알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소개하면서 어떻게 사는 삶이 가장 좋은 것이지 살펴보고 있다. 독자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자신의 성향을 체크해볼 수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반복할수록 양상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게임이 복잡 할수록 좋은 몫을 차지한 쪽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덜 교묘해 보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쪽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승리할 수 있는 비결로 '마음씨 좋음과 관대' 두 가지를 들었는데, 얼핏 보면 손해 볼 것 같지만 배려와 관대야말로 잘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배신하는 쪽은 처음엔 번영을 이루며 사는 듯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대목에서 이웃의 어떤 나라가 떠올랐다. 선한 행동에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는커녕 오히려 바보라는 놀림을 받는다면 얼마나 자괴감이 들것인가. 그러나 증명하는 학문인 과학에서 선하게 사는 행동이 결국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니 기분이 나이진 것이다. 저자는 흡혈박쥐의 관찰을 통해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생각을 퍼트릴 수 있'다는 말로 인류의 선함을 긍정했다.

 

마지막 13장은 자신의 다른 저서 인 확장된 표현형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읽었다.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이 쓴 최고의 저서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표현형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된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선 꼭 알아야 될 용어가 몇 개 있었다. '감수 분열''염색체의 수가 반으로 되어 난세포와 정세포를 생성하는 특별한 종류의 세포 분열'로 동전 던지기처럼 공정한 것이라고 한다. 't유전자'는 어떤 유전자가 같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다른 유전자를 속이는 것,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유전자'라고 한다. 확장된 표현형에 사용된 사례는 날도래 애벌레의 집, 새 집, 비버 댐 등으로 유전자는 자신이 들어있는 개체를 통과해 바깥 세상에 있는 대상까지 조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무생물이기도 하고 종이 다른 생물이기도 하고 아주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기도 한다.

 

본문 바로 뒤에는 '40주년 기념판 에필로그'가 있다. 여기서 저자는 만약 이 책의 제목이 '협력적'이나' '불멸'이었다면 오해나 비난에서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심도 덜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책에서 제목의 중요성이 반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연도를 따지는 대목도 흥미롭다. 우주에서 유일한 집인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살든지 서로에게 혈연관계가 있다고 한다. 내 가족, 내 사회, 내 나라만 고집하는 것은 얼마나 편협된 사고인가.

 

나는 이 책이 코스모스보다 덜 어려웠는데 책 뒤에 붙어있는 '보주'덕이 컸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 수정을 하기 보다 보충 주석을 다는 쪽을 선택했다. 무려 100쪽에 달하는 주석을 꼼꼼하게 읽다보니 과학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책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는 일은 저자에게 기쁨일 것이다. 덕분에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보편적 내용을 담은 과학책을 40년 후에 읽어도 그 내용에 신선함을 느낀 나 역시 독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 버리는 단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371)

 

맹신의 밈은 특유의 잔인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번식해 간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다.(374)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가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능력은 있다.(377)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가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378)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를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461)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 (480)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한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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