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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siso
  1. 시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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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글쓴이
김성광 저
푸른숲
평균
별점9.3 (39)
misosiso
너무 기대하고, 또 읽고 싶던 책이라, 택배 받자마자 뜯어서 그 자리에 서서 바로 읽었다. 곧 침대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암튼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틈 없이 훅 읽히는 책이었다. 글이 좋다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 건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이 좋으면 글도 좋은 건 맞는 것 같다.

나는 24살에 어느 출판사 마케팅부로 입사했고, 당시 만나야 했던 거래처 분들은 거의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는데, 일도 처음일 뿐더러 나이도 어린 터라 동등하게 거래처 직원으로 존중받기란 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20대 젊은 여성’은 대체로 만만히 여김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치만 이 책의 저자인 김성광 과장님은 그렇지 않은 사람 중 한 분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부장이든 사원이든 그저 일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하며, 단호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해주는 사람이었다. 또, 출판 마케터나 서점 MD나 마찬가지로 책을 소개하는 일이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기계적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아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과장님은 이 일을 오래했으면서도 진정 좋아하는 책을 잘 소개해보려는 진지한 열정이 있었고, 경력이 짧은 내가 오히려 도전을 받기도 했다.

과장님은 아이가 생긴 후 종종 sns에 꽤나 긴 글을 올리셨는데, 그 가족의 이야기가 참 따뜻했다. 대체로 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아빠/남편의 마음이 담긴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냥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았다. 아이와 아내, 그리고 자신을 모두 존중하려는 그 마음이 아이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내게도 따뜻한 울림을 줬다. 채널예스에 연재하던 글도 틈틈 읽고 자주 감동했었는데, 그 글이 묶어서 책으로 나왔다니 내가 다 반가웠다. 제목도 표지도 참 예쁘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특히 출판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진짜, 진짜 재밌게 읽을 거라고 단언해본다. 나는 특히 온라인 엠디 업무에 관한 깨알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부분이라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또 출판계와 전혀 관련이 없어도 라이프 밸런스를 찾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많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힘들면서도, 그저 쉬지는 못하는 편이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많이 들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면 자책을 한다. 본문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읽지 않은 책에 가있다.”는 말에 너무 너무 공감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마음을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했고, 또 어떻게 방향성을 잡았는지 일상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통해 전한다. 그게 다른 이들의 삶에 적용될 수는 없겠으나, 충분히 공감하는 마음으로 따라 읽어볼 만하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라이프-라이프 밸런스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들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한 일’은 있지만, ‘당연한 일을 할 시간’은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잠시나마 삶에 대해 고민하는 틈을 열어 줄 거라 기대해본다.

저도 잘- 읽었습니다. :)




<마음에 남은 책 속 문장들 >

어떤 비법을 궁리하며 아이의 요구를 손쉽게 해결하려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평소에 늘 너에게 마음을 쏟겠다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후에야 네 차례가 오게 하지 않겠다고. 네가 잠든 후에도 너의 마음을 생각하겠다고. (57쪽)

피곤하다. 늘 자고 싶고 쉬고 싶다.
한편으로는 자고 싶지 않다. 잠이 부족해도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의 새벽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더 가지고 싶어. 자고 싶지 않아. (68쪽)

내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삶’을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싶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일에,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고루 들이고 싶다. (69쪽)

세상에 순산은 없다. 혈관이 터져나가고 몸의 구조가 비틀려 깨지고 옆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의 고통 끝에 아이는 세상에 나온다. 순산이라 불리는 출산이어도 그렇다. (78쪽)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127쪽)

능숙함에 이르는 길은 ‘열심’보다는 ‘계속’이다. 능숙해지면 비로소, 내가 일하는 시간 속에 내가 사랑하는 책에 열심을 쏟을 시간도 생기기 시작한다. 계속해야 열심도 가능해진다. (195쪽)

생각만으로 삶이 깊어지는 건 아니지만, 생각 없이는 깊어질 수 없으므로. 가족에 대해서, 일에 대해서, 세상과 동료 시민에 대해서 나는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해볼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 이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더디더라도 멈춤 없이 노력을 기울여 가겠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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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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