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초록나뭇잎
- 작성일
- 2020.3.10
릴케 시집
- 글쓴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
문예출판사
릴케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요즘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다들 걱정도 많으시죠? 여유가 생기기도 하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약간은
느슨해지는 단점도 또 있더라고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네요. '망중한' 즐기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말입니다.
그래서 꺼내든 책, 릴케 시집을 펼쳐보았습니다.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문학은 사회적 상황과 작가 본인의 심적 상황이 참으로 많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릴케의 시집을 통해 또한번
느낍니다. 어릴적부터 병약했던 릴케..그런 그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이 되었을 것 같은 군사학교 시절, 그리고 중퇴, 다시 문학부
입학, 예술사, 미학 등 심취..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한 그의 시 세계는 다시 로댕을 만나면서 또하나의 문을 열게 돼요. 로댕의 문하생으로
시작을 하지만 결국엔 가장 가까운 로댕의 비서가 되면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게 되지요. 릴케의 시에 담긴 예술적 감각은 아마도 로댕과 함께
일하면서 얻게 된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문학적인 감흥이든, 예술적인 감흥이든,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경험이든..나와 교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지음'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가장 큰 심적 후원자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을 가치
있게 가꾸어 나가는 힘이 될 거예요.
릴케의 삶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또 한사람 아시죠? 바로 '살로메'예요. 흔히 릴케의 옆에 항상
있는 별, '항성'이라는 표현으로 살로메를 묘사하기도 하는데요, 그녀를 만나 여행 등을 통해, 때로는 정신적인 영역을 넓힘으로써 릴케의 문학은
한층 성숙한 날개를 달았다고도 하지요. 릴케 관련 책을 찾다보니 릴케 평생의 정신적 연인 살로메가 쓴 <하얀 길 위의 릴케>라는
회고록이 있더라고요. 살로메가 겪은 릴케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뭇 연인처럼 달달한 그런 이야기가 아닌 냉정하고
담담한 내용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하니 다음 책으로 요거 읽어 보고 싶었답니다.
이 시집에는 릴케 시집 전기 작품에 속하는 네 개의 시집에서 뽑은 166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대체적으로 서정적인 작품이 많았어요. '서정'적인 느낌이 샬랄라(?)스러운 뭉클한 느낌이라기보다 조금은 묵직한, 그리고 깊은 감명을 주는 그런
류의 내용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중 한 작품을 필타해
보았습니다.
가을
나뭇잎이 진다, 멀리에선 듯 잎이 진다.
하늘의 먼 정원들이 시들어 버린 듯이.
부정하는 몸짓으로 잎이 진다.
그리고 깊은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다른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에 잠긴다.
우리들 모두가 떨어진다. 이 손이 떨어진다.
보라, 다른 것들을. 모두가 떨어진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 낙하를
한없이 너그러이 두 손에
받아들인다.<릴케
시집> 중에서
시를 읽다 보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절로 떠오르는 건 저뿐일까요?
'성숙', '가을', '고독'의 느낌이 약간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가을 낙엽처럼
지구뿐 아니라 모두가 떨어지는 삶의 이치를 짧은 시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뭔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네요.
릴케가 자신이 죽기 1년 전 직접 작성한 묘비명을 끝으로 시집 서평을 마무리해야겠어요.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Rose, oh reiner Widersprl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릴케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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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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