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니
  1. 내가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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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를 견디는 시간
글쓴이
이윤주 저
행성B
평균
별점9.2 (10)
져니

내가 작가 이윤주를 견디는 시간 = 나를 견디는 시간

 

p.4

나를 알고 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나의 글들이 나를 변명하고 있음을. 그렇다면 나는 누가 발주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변명하는가. 이해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받지 못하면 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딜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해받게 행동하면 되지, 왜 이해받기 어렵게 굴면서 굳이 변명하는가 하면, 설득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통이 발생된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는 받고 싶은데 (타인에게) 설득되기는 싫은 꼴통의 고통.

그런 나를 견디기 위해서 썼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변명처럼 들리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게도 들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좀더 비약해서.. '징징거림'이라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괜히 작가님이 아니셨다. '변명'이라.. 딱히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징징거린다라는 표현보다는 나으니까..;;

누가 봐도 딱 티가 나는 나의 힘들다는 표정을..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쳐주기를 바란 적도 많았지만, 또 어떨 때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어봐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하루.. 그런 기분.. 혼자이고 싶지 않은 그런 날.. 그런 날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만 털어놓는 나의 변명, 그리고 공감 속에 느껴지는 따뜻함..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그 특유의 온기가 필요로한 날.. 나는 부러 약한 모습을 보인다.

 

p.59

애정결핍으로 인한 내상이 고약한 이유는 결핍된 성분을 투여해도 완치가 어렵다는 데 있다. 피가 모자라 철분제 따위를 먹었을 때의 효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떤 연유든 한번 사납게 유실돼버린 애정은 엔간해서는 정상 범위까지 차오르지 않는다. 밖에서 아무리 쭉쭊 주유해도 이미 금이 간 독에서 졸졸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4남매 중 막내라고 하면, 다들 이쁨 많이 받고 자랐겠구나~ 라고 얘기들 하시는데.. 그걸 많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함께 공유할 추억도 많지 않았고, 나는 대체로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였어서 다들 거의 집에 없었다. 혼자 집을 지킬 때가 많았다. 빈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누군가가 들어올 시간에 들어간 적도 많았다. 나의 애정결핍은.. 그 빈 집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작가님의 말씀처럼.. 나이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는 애정이 많이 고프다.^;;;

 

p.65

'사실 엉망진창이지만, 어른이니까 멀쩡한 척하고 다닙니다.' 라는 말 따위 꼭 이마에 써 붙여야 아는 건가. 안 붙이고 다녀도 서로서로 으레 그런 줄 알고 지내는 게 어른 아닌가. 제 속이 엉망진창임을 감추지 않는 인간이나, 누가 멀쩡한 척한다고 그 속이 엉망진창임을 모르는 인간이나, 다 좋은데 적어도 어른 대접 받을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른 같은 어른이 못 될 거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른 같은 어른이 어떤 어른인지.. 여전히 잘 모르면서.. 하지만 지금의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들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어른 대접 받기는 그른 멀쩡한 척하는 그 어른인 것 같다.

 

p.67

생의 유의미한 과제들은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출발한다. '그럼'의 기준이야 제각기겠으나 나는 적어도, 지나간 어느 깊은 밤에 "나, 이번 생은 베렸어."(황지우,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라고 두 손 들어본 이들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 생을 척척 통제해왔거나 앞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이들은 삶이 두렵지 않으므로 스스로 용기를 지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용기가 있어서 용기를 낸다는 건 아이러니다. 삶을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가장 크게 허락되는 것이 용기일 테다.

 

삶을 얼만큼 크게 두려워해야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크게 허락되는 것이 용기라는 말에는 동감이다. 두렵지 않은 자에겐 용기 따위가 필요 없으니까..

 

p.77

그리하여 외워야 한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아내도 서로에게 복창해야 한다. 내가 아는 건 오직 내가 당신을 모른다는 것뿐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기대를 품거나 실망하거나 심지어 난동을 부리는 일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껏 살아왔으면서 나를 그렇게 몰라?" 따위의 언설도 금물이다. 모른다. 모르니까 설명해주고, 초면인 것처럼 경청하라. 알고 있다는 믿음을 부수고, 끝내 알 수 없다는 자각을 반복하지 않으면, 지옥을 깰 수 없다.

 

잘 알면서도 정말 어려운 일인데, 우리 엄마는 잘 하신다. 우리 엄마는 나를 마흔 살이 되도록 키웠으면서 아직도 본인 딸래미가 오이와 가지를 안 먹는 걸 모른다. 국에 밥 말아먹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울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며칠에 한 번 꼴로 국에 밥 말아먹으라고 권했다.ㅡㅡ;;;ㅋ

 

p.167

한 사람이 온 세상의 비극을 겪을 수 없어서 문학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훌륭한 문학은 독자를 자기연민의 우물 밖으로 꺼내준다. 제 손톱 밑 가시에 절절매며 살아온 사람에게, 이렇게 넓고 깊은 진창이 세상에 많으니 엄살은 조금만 떨라며. 말귀 밝은 이들이 개떡을 찰떡처럼 알아듣는 건 말 한마디를 천 개의 결로 헤아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담 보바리의 생과 그리스인 조르바의 생을 함께 살면서 휘트먼의 생과 네루다의 생도 건너본다. 그러고도 아직 못 살아본 생을 계속 궁금해한다. 궁금하니까 헤아리려 하고 자주 헤아리다 보니, 잘 헤아리게 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내 인생에 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삶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딱 꼬집어 문학이라고 한 장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냥..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정말 다행이다..

 

p.208

다들 그렇듯, 우리 부부도 '아주 좋을 때는' 유아적인 포즈로 애정을 주고받는다. "우리 윤주 괴롭히는 것들은 싹 다 지옥에 가야 해!" 어느 날 밤의 뻔하고 달콤한 '필로우 토크pillow talk'중 남편이 말했다. 나는 '잉잉' 우는 시늉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의 얇은 티셔츠 속에 손을 넣어 엄마곰처럼 배를 문지르고, 익숙한 체취를 확인하려는 아기새처럼 목덜미에 코를 묻고, 틈틈이 깔깔대며 콧구멍과 앞니와 턱살 따위를 놀려준다. 밤은 반드시 깊어가고, 먼저 졸던 남편이 눈을 반쯤 감은 채 말했다.

"그럼 나는 지옥에 가려나, 천국에 가려나…."

 

빵~ 터지고만 작가님 남편의 말씀.. ㅎㅎ 그냥 편안하게.. 연옥으로 가시지요..^;;;ㅎ

 

정말이지.. 나를 견디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였다. 많이 공감되기도 하고 아, 이건 새겨야겠구나..싶은 문장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별을 3개밖에 안 준 것은.. 작가님의 글에서 나를 견디는 글을 읽으면서도, 작가님 자체를 견뎌야 하는 글도 많아서다. 이 글을 쓴 건 당연히 작가님이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나도 버거운 상태에서 나를 견디기 위해 제목 하나만 보고 들었던 책이라.. 공감되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건.. 힘들었다. 그냥 눈으로 읽은 부분들이 아쉬워서.. 나중에라도.. 다시 읽게 되면 그때는 또 다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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