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구랭
- 작성일
- 2020.3.15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글쓴이
- 김민식 저
푸른숲
2012년, 10살이었던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저녁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때 아빠가 할머니에게 하셨던 한 마디가 생각난다. "MBC파업 했잖아." 파업이 뭔지도 모르고 뉴스에서 뭔가 소동이 일어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밥이 맛있어 허겁지겁 먹고 방에 들어가 미미 인형 갖고 놀았던 기억이 책의 파업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읽었던 이 책의 이야기가 전개되던 그 순간에 나는 인형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다보니 너무 설레고 신기했다.
'내가 이렇게 철없이 놀고 있을 동안 투사들은 정의를 위해 노력해왔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 MBC뉴스를 보고 있구나! 내가 나이가 들어 지금 고2가 되었고 성숙해진 내가 그 과거의 일을 이 책을 통해 배우고 있구나! 역사책을 보는 기분이다! 내가 살았던 때여서 더 설렌다!'
이 책의 제목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이길래 개인과 개인간의 싸움을 다루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이 책이 말하는 싸움의 기술은 단순히 개인과 개인 간의 싸움만이 아니라 더 큰 힘을 가진 집단 혹은 권력자와의 싸움도 포함이다. 집단이나 큰 힘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을 때 더 공감가고 힘이 날 것 같다. 책에서 알려주는 싸움의 기술 본질은 개인과 개인이나 개인과 집단, 권력자나 똑같다.
책 읽는 중과 읽는 후에는 인터넷을 계속 뒤적거리며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 작가와 그 사람이 한 일을 뒤적거리게 된다. 김민식 피디님이 연출하신 <MBC프리덤>도 보고, 인사위에서 라이브 킨 상태로 몇 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말씀하신 것도 보고,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신 것도 봤다. 책을 읽다보면 계속 끄적거리게 된다. 작가분의 싸움의 과정과 그 속의 이야기에 더욱 이입하고싶어진다. 중간중간에 사진도 넣어주고 활동 당시에 일을 상세하게 알려주니까 내가 그 당시 상황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내가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에 어렸기에 이 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구라도 작가에 대해 모른다면 먼저 유튜브에서 영상들을 본 후에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 활동을 보고 책을 읽으면 그 활동 당시에 작가의 속마음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다. 그 속마음에서 우러 나온 말들이 모두 싸움의 기술이다. 배워야 할 말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유쾌한 면도 잘 볼 수 있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매번 번역책만 읽어서 글쓰기 방식이 그 사람의 지문과도 같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초반 몇 장 책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은 적도 꽤 많다. 그때부터 아 이 분은 어떤 분이겠구나, 하는 것도 느껴진다. 그 당시엔 굉장히 힘들었다는 게 느껴지지만 작가는 항상 즐겁게 싸우자고 해왔고 그 덕분인지 책도 즐겁고 유쾌하게 쓰여졌다. 물론 유쾌하고 즐겁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회에 대한 것도 교과서의 이론보다 더 와닿게 공부할 수 있다. 나는 노조에 대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매번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교육이 바뀌려면 먼저 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노조가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다. 정말 부끄럽다. 일을 안 하니까 지하철이 움직이질 않아서 사람들이 욕하는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난 사람들한테 해가 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내 생각을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족사회 지식이 부족한 머리를 가지고 어른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수많은 오지식 중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수정할 수 있었다. 언론과 노조에 대해, 권력과 그 아래의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 중 언론이라는 부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권력과 싸우기 위해 수없이 했던 작가의 마음다짐과 용기도 배울 수 있었다. 유쾌하고 즐겁게 이런 것들을 알려준다는 건 쉬운 게 아닌데, 그걸 모두 다 했기 때문에 안 끌릴 수가 없는 책이다.
-이렇게 다른 책들을 소개해주는 칸을 만드는데 다른 책을 인용하면서 언론과 자유, 공동체에 관해 얘기해주셨다. 이 페이지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학교의 의미없는 경쟁교육을 비판하고 그것을 고치려면 사회의 구조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난 교육 자체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정말 생각해보니 사회의 구조가 문제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쟁교육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악착같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결국 취업을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고 사회 공동체와 그의 동력인 사회의 구조의 긍정적인 방향으로서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위해 열심히 싸워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전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혀 느끼질 않았을 감사함이다.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씩씩하게 하나하나 썼기 때문에 가볍게 읽는다면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이 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보면 정말 어렵다. 난 우리반 애들을 비하하는 선생님과 수업하기 힘들어서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선생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에 대해 다 알려드린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교장 선생님께서 참관 수업을 하시고 그 선생님께 따로 얘기도 하시고 이런저런 일로 결국 그 선생님은 휴직하셨다. 교장선생님과 교장실에서 이야기도 몇 차례 했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주동자가 나인 것을 아시고 나를 굉장히 미워하셨다. 우리반을 정말 미워하셨다. 담임선생님께 안 좋게 얘기하셨는지, 우리 엄마한테도 결국 내가 안 좋게 행동한다는 통보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회 사건 속에서 이 사건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작은 사건이지만 나는 편지를 쓰기까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무서워하고 그냥 참아볼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반 애들한테 갈구는 게 너무 심해서 결국 저질렀는데 결국은 선생님이 우리 졸업할 때까지 휴직을 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모든 싸움은 용기가 가장 큰 무기다. 상대방이 나를 험담하고 무시하는 것을 잠시 참아낼 용기, 후에 나에게 찾아올 보복에 맞서 싸우겠다는 용기, 상대의 잘못을 다 말하겠다는 용기. 항상 즐겁게 싸움에 임할 것이라는 용기. 이런 용기를 가지려면 질 경우를 감당해야 한다. 질까봐 피해선 안 된다. 지면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지면서 비로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내용이다. 싸울 땐 용기있게! 재치있게!
싸움을 즐겁게 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즐겁지 않은 상황, 두려운 상황에서도 즐겁게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이 겪는 즐겁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의 재치있는 행동들을 보며, 자신이 후에 싸워서 극복해야 할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내가 작가에게 배운 사회를 살아가는 노하우이다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6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