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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논어에서 얻은 것
글쓴이
사이토 다카시 저
시공사
평균
별점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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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의 유명한 고전인 논어(論語)를 주해하거나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문학부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薺藤 孝)가 논어를 읽고 느낀 바를 담대하게 써 나간 수필에 가까운 글이다. 저자는 논어를 읽으며 느낀 강한 인상 하나하나를 글에 담아내려 했지만, 그 인상은 어디까지나 논어의 메시지와 자신의 처지가 조합된 것이다 보니, 읽는 이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일부이며 각기 상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그가 인용한 많은 논어의 문장과 사례 중, 내 처지에 빗대어 생각이 제멋대로 확장되고 변주된 몇 가지를 근거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리뷰를 써 볼까 한다. 



1. 자아실현


우리는 삶의 많은 순간 학문을 접한다. ‘평생 배워도 모자란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모자란 이유는 단지 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문이 전하는 말이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으로 축적되기만 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 각각의 덕목이 내 삶 안에 들어와 내 존재 차체를 형성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되도록 하려면 사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인간’을 통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존재 그 자체가 사상이 되어버린 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위인(偉人)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부조리함과 부도덕함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것은 피하려 해야 피할 수 없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필수 요소다. 인류사에 존재해 온 그런 필연적 모순과 부당함은 오히려 사회발전의 원동력이기 되어왔기 때문이다. 사회(또는 조직)의 발전은 신념을 가진 이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의 폐해를 타파하고 변혁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부조리나 부도덕은 존재나 태생 자체가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시대의 변화에 부적응한 결과로 보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공자가 그렇듯 부조리한 사회 안에서 계속 활동한 이유는 인간이 살아갈 장소가 사회이며, 자기실현이라는 것도 결국 사회를 벗어나서는 이룰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절이 싫어 떠난 중은 더 이상 중이 아닌 것처럼, 사회나 조직이 싫어 이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면 그 역시 그 사회나 조직의 온전한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다. 온전한 조직원이라면 (그것이 선천적이든 선택적이든) 소속된 사회의 모순을 수용하고 그것의 변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허구가 아닌 세상에 실재하는 자아실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2. 타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


우리는 끊임없는 타자의 요구 안에서 살고 있다. 자아실현을 핑계로 타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자아실현과 타자의 요구의 교차점에서 ‘나라는 존재의 사회적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타자의 요구에만 끌려가면 스스로의 가치는 헐값이 된다. 반면 자아실현에만 집착한다면 현실과 유리된 이상주의자가 되거나 고집 센 ‘상종 못할 인간’이 되고 만다.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 하에서 중용의 미를 찾아야 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타자의 요구를 조금 더 우선시하는 것이 약간 더 현명한 선택인 듯하다. 당장에는 다소간의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억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상 그 이상의 보상이 예기치 못한 시기에 엉뚱한 곳에서 주어진다는 것(마치 새옹지마처럼)을 많이 경험했다. ‘타자의 요구 속에서 자기를 실현한다’라는 자세로 매사에 임하면 타인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할 일도, 내 일이 타인에 의해 지나치게 간섭을 받을 일도 없어진다.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줄며 삶과 일 양쪽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3. 평가하는 나, 평가 받는 나


잘못을 남에게 잘 떠넘기는 것이 요령 있게 세상을 살고 효율적으로 조직의 인정을 구하는 능력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누구도 입 밖으로 내거나 마음속의 ‘좌우명’처럼 선언적으로 새겨놓지는 않지만, 본능 또는 무의식적으로 삶 속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기재로서 많은 이들이 사용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공사를 불문하고 일상의 많은 시간을 여기에 할애한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필요하면 용서를 구하고, 반성을 통해 반복을 피하고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는 사람과 비교해 누가 사회와 조직에 더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특별이 나쁜 일은 아니다. 논어에서도 공자가 여러 인물들을 비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공자 자신이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타인과 비교해 남을 폄하하고 스스로를 높인다거나, 험담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다. 타인에 대한 비판에 앞서 내가 이런 생각과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 가려내고 걸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군자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과 원인을 자신에게서 구하지만, 소인은 그것을 남에게서 구하고 책임을 떠넘긴다.

<논어 제15편 위령공(衛靈公) 중에서>


논어에 예순을 이순(耳順)이라 표현하는 말이 나온다. 마흔 살에 유혹을 이겨내고(不惑),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아내고도(知天命) 10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남의 비판에 유연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타인의 비판이나 비난을 억울함이나 화남 없이 수용하는게 어려운 일이라는 뜻일 것이다. 남의 비판을 수용하는 척 무표정이나 미소로 잘 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 때 생기는 내 안에 감정까지 물 흐르듯 유하게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비판 안에 담긴 타인 감정의 찌꺼기는 버리고 메시지만 잘 걸러내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에너지로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이순이 아닐까 한다. 예순이 될 때까지 진정한 이순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4. 仁: 어떻게 생각하고, 禮: 어떻게 표현하는가


논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의 덕목, 즉 키워드는 ‘인(仁)’과 ‘예(禮)’이다. 이 두 가지 덕목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본다면 ‘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이며, 예는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생각이 없는 표현은 공허하고, 표현이 없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무의미하듯 ‘인’과 ‘예’는 그래서 따로 떨어트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덕목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과 스스로의 표현을 얼마나 자주 섬세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을까? 나의 경우를 일반화하는 것이 옳은 전개는 아니지만, 감히 짐작하건대 (명상이나 묵상, 수행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 중 매우 드물 것이다. 그래서 (비판을 포함한) 타인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건강하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표현을 타인에게 꾸준히 검증 받아갈 때 우리 안의 미덕을 키워내고 무질서하고 부도덕한 삶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하고 오롯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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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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