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4.19
정치적 부족주의
- 글쓴이
- 에이미 추아 저
부키
이 책이 어떤 배경에 쓰여졌는지는 분명하다. 2016년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분석이 이루어졌다. 에이미 추아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이 어떤 추세에 이은 것이라 본다. 그
추세란 역사에서의 보편적 성격이면서, 또 미국에서 새로이 나타난 상황이다. 바로 부족 본능.
부족 본능이란, 집단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다. 그래서 이것은 소속 본능이지만, 동시에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 개인과 보편적 인류 사이의 중간 영역을 차지하면서 나와 남을 구분하게 되는 성향이다. 이 부족 본능이 사회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바로 부족주의가 나타난다. 이
나와 남을 구분하고자 하는 본능이 그 동안 슈퍼 집단으로서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고, 이 부족 본능을
아주 잘 활용하였거나, 혹은 그것에 편승한 것이 바로 트럼프였다.
여기서 다시 ‘슈퍼 집단’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아야 하는데, 추아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인 슈퍼 집단이란, ‘구성원의 자격이 다양한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에 모두 열려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 슈퍼 집단에서는 하위 집단의 정체성을 버리거나 억압하라고
구성원에게 요구하지 않고, 포괄적인 상위의 집단 정체성에 강하게 통합되는 동시에 하위 집단의 정체성
또한 활발히 이어지도록 허용한다. 추아 교수의 판단에 따르면 지금 지구 상에 국가 단위로 존재하는 슈퍼
집단은 미국 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의 슈퍼 집단으로서의 성격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진단이기도
하다.
추아 교수는 부족 본능, 혹은 그것이 드러난 성격인 부족주의가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무지나 무시가 가져온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정책 실패에 대해 다룬다. 그 예로 드는 것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이다.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베트남의 민족주의를 다룬 미국의 실패는 여러 저자들이 다루었지만, 거기에 덧붙여 베트남의 투쟁은
화교(중국인)에 대한 투쟁이었다는 것을 미국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여러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미묘한 관계를 무시한
결과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대실패로 이어지고, 또한 미국의 실패로도 이어졌다. 그 결과는 여전한 탈레반의 득세다. 이라크 역시, 미국의 지도부는 후세인을 제거하면 이라크 민중들이 성조기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라크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묘한 역학 관계에
대해서 무시한 결과는 ISIS를 낳았고,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베네수엘라 역시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는 인종의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차베스의 등장은 피부색에 대한 민중의 의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 차베스는 부족 정치에 달인이었으며, 미국은 그 상황을 너무나도 오해했다.
이렇듯 미국이나 강대국이 실패한 정책에서 보듯이 부족 본능, 부족
정치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고, 따라서 슈퍼 집단을 이루고 있던 미국에서 그런 부족 정치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완벽하게 드러난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국의 정체성마저도 흔들어대고 있다. 에이미 추아의 염려이면서 공동체 의식의 복원에 대한
호소이다.
철저하게 중국 출신의 이민 2세 미국인의 미국 중심의 서술이다. 베트남 등에서의 ‘실패’라는
표현도 미국의 입장이다. 애초에 추아 교수가 의도한 것은 미국의 얽힌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었다. 여기서 우리의 예는 없다.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단일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갈등은 별로 없다는 듯이 쓰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 부족주의는 한국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든 가상으로든 집단을 구성하고, 그 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타인에 대해 배제부터 하는 상황을 우리는 쉽게 목격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이상을 가지고, 비슷한 정치인을 지지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회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생각, 다른 이상, 다른 지지에 대해 비아냥거리고, 배제해버려서는 안 된다. 그 손가락질이 다음엔 방향을 달리 할 수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