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책찾사
- 작성일
- 2020.4.20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 글쓴이
- 임현정 저
페이스메이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존경할 인물이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자신이 하는 일은 물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토벤 스토커'라 자처하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들려주는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그에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과 일에 녹아든 것이어서 주목하게 된다. 24세 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면서 최연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그녀에게 베토벤은 남다른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기에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베토벤은 역사상 위대한 곡들을 쓴 작곡가로서 '악성(樂聖)'으로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청각을 상실한 이후에 오히려 그의 심원한 음악 세계가 구축되면서 명곡들이 탄생된 것만 보더라도 '악성(樂聖)'이라는 그의 상징은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인간 베토벤'을 알면 그의 작품을 그가 의도한 대로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그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점을 들려준다. 실제 저자 역시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그곳에서의 외로움과 고독, 차별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과 그에 담긴 그의 삶에 대한 흔적을 통하여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왜 이 시기에 우리가 베토벤에 주목해야 하고, 또 그의 음악이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음악이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점과 베토벤의 음악에는 그의 영성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오늘날 왜 우리가 그의 음악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녀 스스로 따돌림과 차별의 상황을 피아노 연주를 통하여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이 담아내는 메세지에 주목한다. 그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의 4악장에 등장하는 '환희의 송가'는 실러의 시를 인용하여 가사를 지은 것인데,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로 시작하는 가사는 단결의 이상과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인데, 이것이 베토벤의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그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음악으로 그러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음악이 단순히 소리의 높낮이이 조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뜻이 반영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이 애초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작곡되었다가 그의 야심을 알아차리고 헌정을 포기한 사연을 알게 된다면 이 곡 역시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베토벤이 진정 갈구한 것이 무엇인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베토벤의 사랑, 고난, 좌절이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을 함께 언급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그의 곡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 곡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곡들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의 명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듣는 것과 그의 삶을 이해한 상태에서 듣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 곡들이 베토벤의 삶과 유리된 채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삶을 이해하고 또 그의 곡을 해석함으로써 저자의 연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살펴보면 처음 언급했던 자신의 분야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다. 베토벤의 템포와 곡 해석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접한다면 많은 음악가들이 고민하는 것, 즉 악보 그대로를 해석하는 것과 다소 변형을 주는 것에 대한 나름의 답을 그녀의 생각을 통하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악보에 표기한 템포는 정확하게 따르면서도 음악적인 기호는 보다 유연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연주한다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말은 확실히 그녀의 연주 스타일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록 이 책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왕벌의 비행' 연주를 동영상으로 감상하면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 2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빠르고 강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타의 연주가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피아니스트인 유자 왕의 '왕벌의 비행'의 연주는 임현정의 연주와는 다르게 꽤 세밀하게 강약을 표현하는 점에서 눈에 띈다. 내가 둘의 연주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분명 같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곡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연주는 달라질 수 있음은 명백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노라면 마치 이 책을 통하여 저자와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 역시 베토벤의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그의 삶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 이 책을 읽는 그 시간이 꽤 즐거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QR코드를 제공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동영상 말고는 다른 곡들은 모두 1분 정도의 미리듣기만 제공하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베토벤의 음반이나 유투브로 검색하여 듣는 번거로움은 이 책에서 옥의 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이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니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음악과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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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20
- 작성일
- 2020. 4. 21.
@Aslan
- 작성일
- 2020. 4. 24.
@Aslan
- 작성일
- 2020. 4. 24.
@Aslan
- 작성일
- 2020. 4. 22.
- 작성일
- 2020. 4. 22.
@ne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