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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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글쓴이
임현정 저
페이스메이커
평균
별점9.2 (42)
march

 

 베토벤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베토벤은 거의 들은 적이 없는 것같다. 기껏 피아노를 배우면서 익숙해진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그리고 <운명 교향곡>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유명해서 베토벤에 대해서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최근 베토벤에 관한 구절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곡들을 한번 들어볼까 생각하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말하는 베토벤 이야기다.  책 날개에 있는 작가 프로필을 읽어보니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12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최연소로 조기졸업했으며,  24세때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또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극찬을 받았다. 대단한 기록들을 가진 그녀는 스스로를 '베토벤 스토커'라 자칭하며 베토벤의 매력, 클래식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선물을 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해야하는 법인데, 책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베토벤에 대한 사랑, 믿음 등이 느껴졌다.

 

 표지의 사진은 대표적인 베토벤의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볼때마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듯한 , 그래서 그의 음악조차도 어렵게 느껴져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야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을 신격화해 거리감을 두고 그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으며, 베토벤이 딱딱한 가상의 인물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심장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완벽해 보였던 사람이 나랑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자였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모차르트처럼 만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며 피아노를 치게했다. 12세에 네페라는 스승을 만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의 음악들이 인정을 받았지만, 베토벤이 살던 시대는 엄연히 신분 사회였고, 그는 신분차이로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을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청력 상실이라는 음악가로서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려고도 했었다.   베토벤은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 귀족에게도 절대 비굴하게 굴지 않았던 사람, 이성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었던 사람이었다. 예술가라고 하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너무 내세우면 속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정할 줄 알았고, 요구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12살에 유학을 떠나 이방인으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자는 어두운 환경을 디딤돌 삼아 운명을 극복한 베토벤을 보면서 스스로 더 강해지고 성숙해질 수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베토벤을 존경한다는 그녀. 동질감을 느끼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는 것을 느낀다면 멘토로 삼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 아닐까? 스토커라 칭할 정도로 따르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않을까싶다.

 

 인간적인 면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곡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기에 베토벤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했는데, 두 가지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첫째는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예술이고 , 음악이야말로 신성한 신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믿었던 젊은 작곡가 베토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강한 영감의 대상이었다.' - p51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란 발레곡이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탓에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신념과 독자적인 기질에 자신감이 있었고, 그 작품에 등장하는 모티프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신념이 어떠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번 째는 운명이었다. 베토벤의 많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c단조 Op.111'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조건들에 굴복하지 않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오히려 새로운 운명을 창조한 베토벤은, 그 처절하고 고독한 전투 과정을 피아노 소나타에 분출했다'고 했다. 그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음악을 할 수 없을거란 상황에 절망했지만, 결국  그를 삶으로 이끌었던 것 또한 음악이었다.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고 우뚝 선 사람이 베토벤이었다.

 

 나는 거의 절망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내 목숨을 끊어버릴 뻔했다. 그것을 제지해준 것은 오직 예술뿐이었다. 나에게 맡겨졌다고 느끼는 이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세상을 버리지 못하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비참한 생명을 부지하기로 했다.- p45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하는 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작곡가와의 교감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베토벤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저자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곡들은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듯했다. QR코드를 이용해 저자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1분 미리듣기만 제공되고 있었다. 따로 찾아서 들어보면 되겠지만 왠지 아쉬운 맘이 드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저자가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홀로 춥고 어두운 교회에서 치고 난후 밀려오는 환희에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는 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제 2번'연주 영상은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음악을 잘 모르지만듣는동안 행복한 기분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베토벤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은 시간이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베토벤을 만나면 고통스러운 시간들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인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같다. 마지막으로 연주자로서 저자의 마음 한 줄을 옮겨보고 싶다. 그녀의 연주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청중은 알고 느낀다. 고유한 본질은 마음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표현할 때 청중도 깊이 감응할 수 있다.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영'과 경험으로 생성된 '혼'을 솔직하게 표현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그 숭고한 영은 우리의 원천지인 본질이다. 그렇게 작곡가와 연주자의 영은 하나가 된다.- p 10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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