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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5.2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 글쓴이
- 이다혜 저
세미콜론
지난번 읽었던 어떤 에세이가 나와는 별로 안 맞아서 아... 나와 에세이는 안 맞는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도 많이 있었다.
몇 권 꼽아 보니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들은 미리 소설로 접했던 작가들의 것이나 잡지나 인터넷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것이었다. 그들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친해질수록 상대를 더 알고 싶은 마음 같은 것?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책은 이다혜 작가의 '조식'. (지난번처럼 표지에 낚인 탓도 부인하지 않겠다. 요즘 책입니다 하는 것처럼 귀여운 일러스트에 색상도 화려하다.)
이미 팟캐스트, 유튜브를 통해 여러 차례 작가의 목소리를 접한 나는 글로 정리된 그의 말이 궁금했다. 특히 뒤표지 발췌문에 '어머니처럼 살아야 어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문장의 실체가 궁금했다. 항상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완벽히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므로... 작가는 어떤 의미로 이런 글을 썼을까.
3일 동안 책을 읽었다. 바짝 잡고 읽으면 몇 시간 안 걸릴 듯한 얇은 책이지만 맛있는 케이크라 3일 동안 아껴 먹었다(으응?).
책은 당연하게도 딱 이다혜 작가 같았다. 읽는 내내 자동음성지원이 돼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내 머릿속에 이다혜가 산다!). 커피나 차를 앞에 두고 '아침식사'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느낌을 이리 글로 잘 적어 내다니!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단상은 물론 아침식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가족간의 추억이나 혼자 사는 이의 애환 등.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점심과 저녁 식사 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인 것. 반드시 아침 식사이기에 이뤄지는 이야기 인 것.
앞서 말한 대로 나는 그 입장이 아니면 완벽히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단서는 "완벽히"란 말인데 따지고보면 사실 같은 일이 펼쳐져도 우리는 모두 타인이므로 어떠한 상황에서건 100프로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아침 등교 준비 시간에 아침을 먹어라 먹어라 해도 안먹으니 내 입에 넣어 주셨던 그 김에 싼 밥(알고 보니 여러 집에서 그랬다니!), 그걸 내 입에 밀어 넣던 엄마의 심정은 내가 부모가 아닌 지금도 이해할 수 있다. 그건 10대 와 20대, 30대 때 느끼는 감정이 또 다 다르다. 100프로를 내려 놓고, 다만 가늠하는 것. 공감과 이해. 작가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인가.
가벼운 글들로 내 기억들을 여러 번 소환하다니, 내공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가벼움은 가벼움이 아니었다.
요새 전혀 읽히지 않던 책을 손에서 놓고 잠시 가졌던 재미있던 시간. 조만간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지.
왜 아침은 밤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갈까요? -57p
아... 그러게요 작가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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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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