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liukuns
- 작성일
- 2020.5.30
공간 혁명
- 글쓴이
-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 저
다산사이언스
이 책은 읽기가 힘들다. 난 중요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수첩에 직접 쓰면서 읽는데, 내용은 어렵지 않으나 끊임없이 술술 읽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인식, 인지, 지각 등의 한자어를 섞어 쓰다 보니 헷갈린다. 원어로 어떤 낱말이었는지, 제대로 옮겼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몇몇 전문적인 용어도 익숙하지 않아 계속 앞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건축전문가가 아닌 번역자는 건축을 아는 사람에게 감수를 받아서 통용하는 말, 일반명사를 쓰면 좋겠다. 이 책에 쓴 건축용어는 특수명사가 되었다.
아래는 일부 오타와 불분명한 문장을 포함해서 적어둔 것이다.
185쪽, "우리는 대부분의 건물과 도시 경관, 조경을 대상의 타인 중심적 공간이나 형태적 구성보다는 우리가 파악한 행동 유동성에 따라 결정된 본질적으로 체화된 방식에 따라 경험한다."
-우선 문장이 길다. 그리고 앞의 저자설명을 따르면 유동성이 아니라 유도성이다.
228쪽 그림 설명, "스티븐 홀 건설"
-전문서의 번역을 일반인이 한 경우에는 그 분야 전문가의 감수를, 전문가가 한 경우에는 일반인의 감수를 받으면 좋겠다. 스티븐 홀은 건축가이고 그 회사는 건축설계를 한다. 한국어에서 '건설'이라는 말은 회사이름에나 붙인다. 영어로 construction company 쯤 될 것이다.
254쪽, "콘크리트 패널의 디테일을 살리는 과정에서 칸은 작업자들에게 나무 거푸집 판 사이로 불거져 나온 골재를 건물 건축의 흔적을 드러내는 도드라진 모르타르 이음매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건물 건축의 흔적...
256쪽, NPI National Pension Institute, 영어본을 번역하면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인데 알파벳을 쓰는 핀란드는 핀란드어가 있어서 공공기관 이름을 영어로 붙이지 않는다. 알바르 알토를 좋아해서 이 건물을 가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npi를 입력하면 결과는 아래와 같다.
263쪽, diebedo francis kere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 액센트가 있으면 다 발음한다.
284쪽, "테라코타 타일을 이중으로 배열해 마무리한 돌출된 들보 아래, 우묵하게 들어가 있는 벽에는 창틀이 나무로 된 네모난 창문이 나 있다."
-능동, 수동이 섞여 있어서 읽다가도 멈칫멈칫한다. 나도 글 쓸 때, 늘 주의하는 점이 불필요한 수동을 피하는 것이다.
306쪽, "대부분은 이 출입구를 과도기적 공간으로 인식한다."
-이 말의 뜻은 '학생 대부분이 이 출입구가 잠시 동안 존재하고 없어질 시설로 알고 있다.'이다. 문맥상의 뜻은 '출입구는 이를 통해 다른 여러 곳으로 가는 전이공간이다.'
309쪽, "많은 학생이 교수나 평론가 일을 겸하는 여러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호감을 얻으려고 애쓴다."
-신문같은 매체에 문화를 비평하는 평론가가 아니라 건축학교에서 학생작업에 대해 의견을 주는, 외부에서 초대한 건축가이다. 한국서는 참여한 사람도 보통 '크리틱'이라고 부른다.
334쪽, "마음을 자유롭게 해주고 고갈된 주의 자원과 내적자원을 보충해주는 고요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주의 자원'이 무엇일까? 미국연방의 한 주가 있고 그 주에는 자원이 많지 않다는 말일까? 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387쪽,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디자인한 여가 장소는 이용자의 스트레스를 현저하게 낮추고 쉽게 고갈되는 주의 자원을 회복시키며 창의성을 길러준다."
-주의 자원...
367쪽, "사무실 건물의 내외부 디자인은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며 우리가 넋을 잃을 정도로 멋진 본회의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페탈 챔버를 지날 때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
-성의 없는 번역이다. 나도 번역은 서툴지만 이렇게 번역하지는 않는다. 페탈 챔버에 대해 앞에서 설명은 하지만 영어로 petal chamber라고 적지도 않아 갑작스런 이 외국어는 혼란스럽다. 그리고 교제를 나누다니... 옛스러운 표현이다.
#난하드커버가싫다. #번역한나도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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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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