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리뷰

신통한다이어리
- 작성일
- 2020.6.1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글쓴이
- 아른힐 레우뱅 저
생각정원
1.
정신질환자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굉장히 이상한 표현이다. 우리는 이 표현을 자주 쓰면서도 신체질환자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저어도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확신하건데 “부활절에 다리가 부러진 그 남자는 과거에도 자주 골절상을 입은 신체질환자다. 그는 어렸을 때에도~를 하다 팔이 부러진 적이 있고…”라고 과거형으로도 표현하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 남자는 의학적으로 ~했던 16년 전에 정신질환을 앓은 병력이 있는 환자다”라고들 말한다.
사람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 사실을 재빨리 연결하곤 한다. 요컨대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일과 잠재적 범행 사이에 연관이 있고, 과거 환자였던 사람 대부분이 잠재적인 살인자 혹은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일과 이후에 저지를 범죄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 대부분이 시한폭탄이라는 은 통계적으로도 정당하지 못하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 대부분은 전혀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다고 분류된 사람들 대부분은 단지 본인에게만 위험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을 마치 개개인에 대한 훌륭한 묘사인 것처럼 너무나도 가볍게 여긴다.
P.141
사실 정신질환에 걸린 환자들은 어디에 가도 자신의 병을 말하지 못한다. 신체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유독 정신에 병이 있는 사람들은 꺼린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신병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서 이런 경우가 많이 드물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이런 암적안 차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정신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위험하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에게 가하는 해의 정도가 더 심할 뿐이다.
2.
이 책의 작가 아르힐 레우뱅은 정신병을 앓았었다. 환시도 보았으며, 병원에 입원하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때로는 환상의 인물이 이끄는 대로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자신이 병을 앓게 된 내용, 병의 증상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병들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병원 관계자들과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이다.
사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므로, 삶을 끝내려고 했다. 내가 아픈 지도 벌써 한참 됐고, 몹시 피곤했다. 치료 과정은 힘들었고, 나는 내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희망 사항과 욕구가 적절하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기에 책임을 지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나는 점점 더 많은 연관성을 보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 P.147
3.
조현병을 앓는 모든 사람이 약을 끊는다고 정상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약을 끊고 재발되는 경우가 잦아서, 계속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약을 끊었다. 그리고 지금은 심리학자로서 살아간다.
위아래로 앞뒤로 움직였다가, 그러다 깊은 구멍으로 들어갔따가 다시 언덕 위로 오르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목표를 통과하는 길이 보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고 길을 완주할 수만 있다면, 한 번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괜찮다. 내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엄마와 언니가 항상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키고, 내가 나를 포기할 권리를 절대 주지 않은 덕분이다. 이런 노력에도 내가 목숨을 끊으려 하면 그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이렇게 말했다.
“단지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야. 넌 할 수 있어. 어서!” - P.208
가족들의 눈물 나는 노력은 결국 그녀를 조현병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꿈을 이룰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 주었다.
4.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는 노력들을 많은 신문들에서 하고 있지만, 어떤 신문이나 언론들은 여전히 조현병의 편견을 부추기기도 한다. 여전히 사회 속에서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고, 취업 시장에서도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알거나 얘기하면 채용을 꺼리기도 한다. 이런 왜곡된 시장구조 때문에, 조현병 환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더 숨기게 된다. 조현병에 걸렸다는 것이 죄를 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잠재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러니까, 조현병 환자들에게도 꿈꿀 권리는 있으며, 정당하게 채용될 권리가 있다.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형태도 개선해야 할 점이고, 제도적인 미비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도 이제는 깨져야 할 때다.
지금은 이미 결과를 알기 때문에, 내가 다시 건강해질 가능성을 품고 있ㅇ?ㅆ따고 쉽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방에서 완전히 세상을 등진 채 벽지를 뜯어 먹을 때는 이렇게 믿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현실적인 계획에는 희망이 필요 없다. 그것은 현실주의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까맣고, 가망이 없어 보일 때는 희망이 필요하다. 실현되는 꿈도 있고, 실현되지 않는 꿈도 있다. 내가 아직 어린 사춘기 소녀이고 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심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노벨상도 타고, 오페라극장에서 발레도 추고 싶었다. 현재의 나는 발레리나도 되지 못했고, 노벨상을 탈 생각은 아예 못 한다. 하지만 나는 심리학자가 되어 만족스럽게 살고 있따. 잘 살기 위해 반드시 모든 꿈을 이룰 필요는 없다. 하지만 꿈을 꿀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 P.247
5.
제목을 보라.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나도 그랬었다. 자주 죽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정말 한번 살아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죽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살아 있다. 나는 아직까지 흔히들 말하는 성공이라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살아 있으므로 꿈꿀 권리는 있고, 희망을 품을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살아간다.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산다. 어제의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므로, 지금을 살아간다. 이렇게 살다 보면, 뭔가 이루어질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하지만, 확고한 기대를 가지면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 살고 싶고, 살아가고 있다.
- 이 리뷰는 리뷰어 클럽 서평단자격으로 생각정원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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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