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나누다
Joy
- 작성일
- 2020.6.6
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 글쓴이
- 이다혜 저
세미콜론
서평단을 통해 새로운 책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웃님들의 글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경우도 제법 있는 편이다. 거기에 평소 관심이 가 카트에 담아두었던 책에 대한 리뷰를 만날 때면 며칠 후 내 손에도 그 책이 들려있는 경우가 많다.
조식 : 아침을 먹다 생각한 것들
이 책은 추억책방님의 글을 통해 만난 책이다. 책의 내용과 추억책방님의 추억, 생각이 어우러진 리뷰를 읽자마자 냉큼 '구매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다(거기에 사은품으로 '조식은 역시 계란프라이다옹!' 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지까지 함께 말이다).
솔직히 내게 '조식'과 '아침밥'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결국은 같은 뜻이건만 그 어감이 주는 온도차는 상당하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식'은 호텔 처럼 여행을 떠나 집 밖에서 먹는 것이고, '아침밥'은 집에서 먹는 식사로 구별된다.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들고 '호텔 조식'이야기 비중이 크지 않아 다소 아쉽기도(!) 했다(4페이지라니..너무 짧은 것 아닌가 말이다).
저는 여행을 갈 때면 아침식사에 유독 열광적이 됩니다.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어요. p.56
나 역시 그렇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음식(물론 맛있는)을 만나는 것이며, 그 중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식사의 의미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숙소를 알아볼때, 조식의 포함여부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뭘 먹어서 이렇게 기분이 좋아졌지? 커피, 크루아상, 오믈렛, 요구르트, 딸기와 멜론. 이거 다른 곳에서도 먹는 거 아닌가? p.76
그러게나 말이다. 다른 곳에서도 다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인데 호텔 조식으로 만나면, 위의 음식들에 하나 더해 직접 주문을 받아 오믈렛 요리를 해주기라도 하면 나의 탁월한 선택에 뿌듯함마저 느낀다.
처음 로마에 갔을 때 머물렀던 우나 호텔 조식이 그랬고, 피렌체의 동네 카페들이 다 그러더니, 나중에 로마를 떠날 때 로마 공항에 붙어 있는 힐튼가든 호텔도 맛있었다. p.77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의 참뜻을 그때 배웠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욕 먹지 않을 만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본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기본만 갖다대도 감동을 주어야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pp.77-78
저자는 글 중에 조식이 좋았던 호텔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중 내가 들렀던 곳이 등장하면 동질감과 함께 뿌듯함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눈여겨 봐두었다(꼭 가보리라!).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렇듯 '조식'이 여행을 연상시킨다면, '아침밥'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특히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아침이면 '밥'보다는 5분이라도 더 잠을 이어가려는 나의 일상에, 어느 시간에 일어나건 나를 기다리던 엄마표 '아침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꾸 외식을 하면 집에서 식사를 하라고 한마디 하시던 어머니의 말이 기억나요. 쓸모 없는 자식들은 해놓은 반찬 무시하고 나돌아 다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밥을 먹는답시고 냉장고를 열어 "뭐 먹을 거 없어?"고 묻죠. 말만 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고. 29
그러게나 말이다. 나역시 얼마나 많은 "뭐 먹을 거 없어?"를 외쳤던가, 격한 공감과 함께 죄송스런 마음이 피어난다. 그리고 문득 엄마표 집밥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이 글을 적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반찬은 무엇인지 수다라도 떨어야 겠다.
*나에게 적용하기
내일 아침에는 계란 프라이를 먹어야지!
*기억에 남는 문장
결혼을 해야 인간답게 살 거라고 독신 남성에게 말할 때, 사람들은 동등한 인간 한 사람을 떠올리는 대신 우렁각시를 생각하는 것 같다. p.10
아침에 하는 이별, 그런 순간의 아침식사는 사무치는 데가 있다. p.18
어릴 때는 1월 1일 첫 끼니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제랑 똑같은 오늘인데! 모든 사람이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다고? p.21
굳이 특별한 날짜에 특정한 메뉴를 정하는 일은 시간에 마디를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모든 가족이 모여서 떡국을 먹는 날은 새해의 첫날이고(음력 설을 쇠는 집은 새해 결심을 두 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럼을 까는 날이 있는가 하면 미역국을 먹는 날이 있다. p.22
어제와 오늘은 1년 차이고, 한 살 치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잊고 지나갈 일을, 아침식사에 떡국을 먹으면서 시시한 농담을 하고 사이좋게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 시간에 나이테를 만든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척한다. 새해 결심을 세워본다. 리추얼 ritual, 의식은 그런 효과를 지닌다.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는다. p.23
지금 이 글은 비행기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쓰고 있다. 제주도에 가는 중인데 비행기가 꽤 흔들린다. 나만 무서운 건 아니겠지요. 징크스라면 징크스인데, 꼭 식사만 하려고 하면 잠잠하던 비행기가 흔들리더라? p.35
따뜻한 밀크티를 가득 채운 머그컵을 양손에 쥐고 식탁에 앉아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아, 우유를 타야 컵을 손바닥으로 감싸쥘 수 있다. 우유는 우유인 동시에, 지나치게 뜨거운 차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p.44
왜 잠은 밤보다 아침에 더 달아요? 아침잠은 왜 이렇게 맛있어요? p.49
노점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달걀을 푼다. 당근, 양배추 등 원하는 채소를 아주 잘게 칼질해서 달걀에 섞는다. 빵 하나 크기로 채소달걀을 부쳐낸다. 마가린(버터 안 됨)에 빵을 앞뒤 노릇하게 구운 뒤, 채소달걀부침을 얹고 설탕을 한번 뿌리고(ㅋㅋㅋ) 케첩으로 마무리한다. 조리법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는데, 와 정말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음식 아닌가. p.66
'당연히'를 낙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사회의 주류로 사는 사람뿐이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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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