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나난
- 작성일
- 2020.6.13
숙명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이 책을 읽어야지 생각만 해 놓고 정작 손에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절대로 재미가 없거나 그래서가 아니다. 그동안에 고등학생들 시험기간이기도 했고 할 일들이 많아서 계속 밀리고 있었던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실제로 이 책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밤을 넘겨 새벽까지 새워가면서 말이다. 4백 페이지. 많이 길다고도 그렇다고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정도의 분량. 작가는 정말 어쩌면 책을 찍어내는 공장의 공장장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분량까지 이렇게 딱 맞춰서 독자의 마음을 끌어 놓는지 말이다.
한 남자가 있다. 의사다. 그의 아버지는 기업총수다. 그녀는 아버지의 비서였다. 그녀와 결혼했다. 이제 그 아버지가 돌아가겼다. 아버지의 기업은 이제 다른 한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그리고 그 사람은 죽었다. 아니 죽음을 당했다. 아버지가 물려 놓은 유물들 중에 하나였던 석궁으로 말이다. 화살을 맞고 죽은 남자. 그 사람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 개인적인 원한 관계일까 아니면 사업적인 잇권다툼일까.
사건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경찰이 출동하게 된다. 현장에 도착한 형사는 이집의 안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의사의 부인을 만나고 놀라게 된다. 그녀였다. 그가 좋아했던 그 여자, 자신이 의대를 지망했을 때 사귀었던 그 여자. 자신의 진로가 변경되고 도저히 그녀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먼저 이별을 고했던 그 여자. 그녀가 이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서 나타난 것이다.
그냥 일반 사람도 아니다. 그 의사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운명적인 라이벌과도 같은 그런 관계였다. 자신이 가지 못했던 그 의대를 그는 결국 갔던 것이다. 그리고는 의사가 되어서 자신이 잡지 못한 그녀와 결혼까지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 그가 계획한 것일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한 남자와 다른 한 남자. 그리고 그 사이의 한 여자. 작가가 그려내는 것은 단순한 로맨스적인 감정만이 아니다. 그 관계속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다 자신의 자리에서 그 의미를 지키고 있다. 숙명. 운명보다 더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단어. 작가는 숙명이라는 단어속에 어떤 메세지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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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