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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 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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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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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내 방 하나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권성민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수원과 천안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독립해 살았으며,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와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자취하는 인간’이 되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신촌의 비좁은 고시원과 하숙방에서 이십 대를 보냈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밀도 높은 삶을 살았다. 몸은 고되었지만 충만한 가능성을 믿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절을 사랑했다.

2012년 MBC에 입사해 예능 PD로 일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원룸에서 투룸으로, 그리고 자취에서 자립으로 그의 생활도 점점 확장되고 단단해졌다. 2014년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를 받은 뒤 제작 업무와 무관한 지사로 발령되었다. 이 상황을 웹툰으로 그려 SNS에 올렸고 부당 해고를 당했다. 법원의 판결로 2년 만에 다시 예능국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8년의 MBC 생활을 마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창작자이자 ‘좋은 어른’이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곳에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MBC 예능 <가시나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를 연출했고, 에세이 『살아갑니다』를 썼다.

[예스24 제공]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독립을 선언해 본적이 없이

결혼이라는 돌파구가 나에게선

정신적, 물질적인 자립으로 자리매김 해줬다.


대학시절에 한번쯤은 꿈꿔보았을 자취생활에 대한 로망.


친한 선배가 학교 근처 자취방을 얻었다해서

가끔 돌러가보면 작은 공간 안에

생활이 분리되어 잘 정리되어 있는 아자기지함에

가지지 못하는 부러움이 더 증폭된다.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살아가는 그 선배의 모습이 참 커보였다.


그땐 그것보다 그게 참 부러웠다.


내 힘으로 삶을 꾸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지고 볶는 애증의 대상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온전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일도, 만나는 모든 사람과 개인 대 개인으로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도, 크고 작은 일을 혼자 결정하고

감당해내는 일도, 자기 생활의 살림을 스스로 책임지는 일도 모두

'자취하는 사람'이어야 온전히 가능한 일이다./p20


내가 부러워했던 자취하는 선배에 대한 이상은

아마도 자신을 책임져 가는 독립된 인격이란 점이 크게 느껴져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에 골인한 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독립을 염원한 결과였다.


그보다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일찍 시집가는 딸을 보며 아쉬워했던 부모님의 모습은 뒷전이었다.


난 그렇게 나 좋자고 결혼하고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고

지금까지도 함께있던 그 온기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문득 문득 가슴 사무치도록 그립다.


지금은 가정안에서 챙겨야 할 책임들이 많아

좀 더 천천히 독립해도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기에

가끔 친정에 가서 쉬는 시간이 정말 꿀맛같다.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혼자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일찍이 자립할 수 있었다면

배워가는 시간이 늘수록 좀 더 능숙할만도 하지만

여전히 쉽진 않다.


그럼에도 이것들을 뿌리치지 않고 책임져 나가는 것이

더 어른스러워지는 게 아닐까.


<가시나들>에서는 그래서, 노년의 일상이 가지는 입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년에도 무언가를 배우는 설렘.

할머니, 노인으로만 호명되는 것을 넘어 이름과 역사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할 일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이 보였으면 했다.


자식을 독립시키고, 다시 온전한 개인이 된 노인의 일상을 보았다.

마을회관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들, 파격적이고 격력한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취향 같은 것들./p242



내가 떠올리는 할머니는 순박하고 푸근함이 느껴지고

자식들을 다 독립시킨 한가로움과

아픈 몸이지만 매일 마을회관을 오가며

또래 할머니들과 어울리며 바쁘게 살아가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주름지고 흰머리는 늘어가지만

할머니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부지런히 찬거리를 만들어 주변 분들과 나눠 먹으며

소일거리가 있으면 손을 쉬지 않도록 하신다.


도서관에자주 가다보니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던 할아버지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돋보기를 꼈다 벗어다 하며

책을 보고 있던 할아버지의 열정이

멀리서 대출 자료를 기웃거리던 나에게까지 전달된다.


난 어떤 노년을 보내게 될지 요즘들어 궁금하다.


더 큰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워밍업을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 하루의 일상 속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많은 세상 살이가

쉽지 않아 눈물 흘리며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보다 더 큰 경지에 이를 할머니의 때엔

더 단단해져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모든 면에서 독립하지 못한 기분이다.


혼자서 감당할 문제를 두고도 주저하고 두려워

어른 아이처럼 움츠려 숨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의연한 척 모든 상황들을 정리해 나가는 걸 보면

못하는 걸 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 같다.


내 힘으로 꾸려가야 할 살림살이들을 보며

오늘도 밥을 짓고 남편 출근 준비와 아이들 등교를 도우며

내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에 나를 칭찬하고 싶다.


그런 내가 곧 내가 되어가니까.


더 어른다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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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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